지난 1일 서울 흑석동 중앙대 경영·경제대학관 1층 라운지에서 만난 정모씨(24)는 정장 차림이었다. 휴일에 정장을 입고 학교에 온 것은 학내 부동산 대체투자학회(KAIC) 면접 때문이다.정씨는 겨울방학 때 금융공기업, 일반 대기업 인턴십에 지원했다가 모두 떨어지자 취업에 도움이 되는 스펙을 하나라도 더 쌓기 위해 KAIC 문을 두드렸다. 그는 “면접관인 선배들에게 잘 보이려고 정장을 입었다”고 했다. ◇취업 한파 덮친 대학가대졸 취업 시장 한파가 대학가를 덮치면서 3월 캠퍼스엔 봄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입학식이 열린 지난달 26일 서울 화양동 건국대 캠퍼스. 호수를 배경으로 가족과 사진을 찍는 신입생 사이로 중앙도서관으로 향하는 취업 준비생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 중에는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졸업을 미룬 ‘5학년’ ‘6학년’ 학생이 적지 않았다.도서관 입구에서 만난 경영학과 이모씨(26)는 “대기업 취업은 솔직히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경력 없는 ‘생신입’으로 공채 시험을 보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문과 출신이 갈 만한 직무의 신입 공채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대학가에선 졸업을 2년 이상 늦춘 6학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코딩만 할 줄 알아도 취업하는 호시절이 끝나자 이공계 학생도 ‘부트캠프(단기 집중 교육 과정) 메뚜기’를 하고 있다. 코딩 동아리를 운영하는 손모씨는 “어떻게든 스펙을 쌓으려고 60명 뽑는 동아리에 1200명이 몰린다”며 “6개월짜리 부트캠프가 끝나면 취업해야 하는데, 다른 3개월짜리 수업을 바꿔가며 2~3년째 붙잡고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학위 수여식이 열린 지난달 26일 서울 신림동 서울대 신공학관. 국내 최고 인재로 꼽히는 졸업생 42명 중 한 명인 최모씨(26)는 여전히 취업준비생이다. 그는 “프로그래밍 직군에서 일하고 싶은데, 채용이 크게 줄어들어 고민이 많다”고 했다.기업들이 경기 침체와 12·3 비상계엄 이후 증폭된 불확실성에 채용문을 좁혀 대졸 취업시장에 한파가 불고 있다. 2일 통계청 나우캐스트 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둘째 주(9~15일) 기준 온라인 채용 모집인원 지수는 44.3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1% 하락했다. 이 지수는 2020년 1월 첫째 주를 100으로 놓고 증감을 비교한 주간 단위 일자리 지표다.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출한다. 기업 채용은 12·3 계엄 사태 이후 더욱 급감했다. 온라인 채용 모집인원 지수는 지난해 11월 말 54에서 12월 말 43.2로 한 달 만에 20% 빠졌다.코로나19 때 ‘알짜’ 일자리를 제공한 정보기술(IT) 기업마저 신규 채용을 급격히 줄이고 있다. 잡코리아에 올라온 IT 및 정보통신업 채용 공고는 계엄 사태 이전인 지난해 11월 4만40건에서 지난달 3만3857건으로 15.4% 감소했다. 지난해 공고 건수는 52만8002건으로 2022년 대비 51.5% 급감했다.기업들이 재학 중 ‘입도선매’하듯 데려가던 서울대 공대 졸업생과 박사 학위 소지자조차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다. 여기에 채용 확대를 독려하던 정부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채용문은 그야말로 ‘바늘구멍’이 돼 버렸다. 취업난은 졸업을 미루고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 6학년’ 양산으로 이어지고 있다.좁아진 채용문에 고학력자조차 취업하지 못하고 학교를 맴도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1년 넘게 이어진 의정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3월 개강을 맞게 됐다. 정부와 의료계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기존 24학번 의대생은 물론 25학번 신입생까지 ‘휴학투쟁’에 동참할 분위기다. 일부 의대에서는 복학을 신청한 휴학생이 10%에도 못 미치자 개강을 전격 연기하기로 했다. 대규모 유급 사태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의대 개강까지 연기2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중 5곳은 개강을 연기하기로 했다. 가톨릭대 의대는 개강을 4월 28일로 연기하고 방학을 단축하기로 했다. 고신대와 제주대는 3월 17일, 강원대와 울산대는 3월 31일로 개강을 늦췄다. 제주대 의대는 온라인 강의를 병행할 계획이다.의대들이 개강을 연기한 이유는 대규모 유급·제적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일부 학교는 세 학기 연속 휴학을 학칙상 금지하고 있다. 1년간 휴학한 24학번이 복학 신청을 하지 않으면 제적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런데도 휴학생들은 학교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기준 40개 의대 전체 휴학생 중 8.2%만 복학 신청을 했다.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이후에도 눈에 띄는 변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배 눈치 보는 25학번관건은 25학번 신입생이 휴학에 동참할지 여부다. 서울대와 건양대를 제외한 모든 의대가 1학년 1학기 휴학을 학칙으로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한발 물러서며 휴학을 사실상 허용했지만 올해는 원칙 대응한다는 입장이다.그럼에도 25학번 의대생들이 수업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24학번 선배들이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서면서다. A대학에서는 신입생 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