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물가지표 31년만에 최대폭 오르고 실업수당 청구는 52년만에 최저
연준, 높은 물가 지속시 금리인상 준비 시사…코로나 재확산 여부가 변수
물가 더 오르고 실업자 확 줄고…연준 '긴축 시계' 빨라질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 긴축의 시간표를 앞당길지 주목된다.

추수감사절 연휴를 앞두고 인플레이션 공포를 더하는 동시에 고용시장 개선을 시사하는 경제 지표들이 쏟아져 나와서다.

24일(현지시간) 미 상무부에 따르면 10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5.0% 올랐다.

지난 1990년 11월 이후 31년 만의 최대폭 상승으로, 전월(4.4%)보다 인플레이션 곡선이 더 가팔라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4.1% 올라 역시 전월 상승률(3.6%)을 크게 웃돌았다.

연준이 가장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근원 PCE 지수 역시 거의 3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PCE와 근원 PCE 지수는 지난 10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6.2% 급등해 인플레이션 염려를 키운 지 2주 만에 나와 충격을 더했다.

이들 지표는 연준 목표치(2%)의 두세 배에 이른다.

연준 통화정책 목표의 또 다른 한 축인 고용 측면에서는 예상 밖의 큰 회복세가 관찰됐다.

미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지난주(11월 14∼20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19만9천 건으로 전주보다 7만1천 건 급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에도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20만 건 초반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주 청구건수는 대유행 전보다도 더 적었던 셈이다.

1969년 11월 둘째 주 이후 52년 만의 최저치 기록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역사적인 경제적 진전"이라며 대환영했다.

물가 더 오르고 실업자 확 줄고…연준 '긴축 시계' 빨라질까
블룸버그통신은 실업수당 데이터를 계절조정하는 과정에서 통계적 착시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도 노동시장 회복의 이정표를 세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큰 폭으로 개선된 고용 지표가 나왔다는 사실은 물가와 고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연준의 금리인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그동안 연준은 높은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조기에 거둬들일 경우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에서 완전히 치유되지 못한 고용과 경제 전반의 회복 동력을 꺼뜨릴까봐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날 공개된 지난 2∼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 내용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의 FOMC 위원들은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보다 계속 높을 경우 현재 예상보다 빠르게 자산매입 속도를 조정하고 기준금리를 올릴 준비를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과 최근 연임을 확정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나란히 물가 안정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사실도 미국의 통화정책이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돌아설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런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하면 연준이 내년 중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고,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종료 시점을 앞당길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변수는 코로나19 재확산이다.

최근 다시 늘어나는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고용 회복에 다시 제동을 건다면 연준이 금리인상에 대해 신중한 기조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