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엄격한 의미의 기본소득제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는 없다. 지방자치단체 기준으로 보면 미국 알래스카주가 유일하다.

지난 17일 미국 스탠퍼드대 기본소득 실험실(BIL: Basic Income Lab)이 홈페이지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핀란드 캐나다 브라질 등 세계 24개국에서는 과거에 기본소득제 관련 실험이 이뤄졌다. 독일 스페인 이란 케냐 등 17개국에서는 여러 형태의 기본소득제 실험이 진행 중이다. 스코틀랜드 등 21개국은 앞으로 관련 실험을 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BIL이 꼽은 엄격한 의미의 기본소득 조건에 부합하는 제도를 운영하는 곳은 알래스카주가 유일하다. 알래스카주는 1982년부터 ‘영구기금배당’이라는 이름으로 거주 기간 1년 이상인 모든 주민에게 매년 현금을 지급하고 있다. 석유 등 천연자원을 판매해 조성한 기금의 수익금 일부를 주민에게 돌려준다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캐나다는 1970년대 매니토바주 등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먼저 기본소득 실험이 이뤄진 나라다. 핀란드는 2017년부터 2년간 정부 차원에서 기본소득 실험을 했다. 보조금을 받는 25~58세 실업자 중 무작위로 2000명을 뽑아 매달 560유로(약 75만6000원)를 지급했다. 이후 실험 결과가 발표됐는데 기본소득을 받은 실업자들 대부분은 여전히 실업 상태로 남아 있었다는 점에서 이 실험은 실패로 간주됐다.

최한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스위스에서는 2016년 성인 한 명당 매월 2500스위스프랑(약 320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안을 국민투표에 부쳤지만 찬성 23%, 반대 77%로 부결됐다. 프랑스에서도 스위스와 비슷한 기본소득안이 사회당 대선 후보에 의해 제안된 적이 있다. 18세 이상 시민에게 매달 750유로를 지원하겠다는 공약이었다. 두 나라 모두 성인 개인에게 아무 조건 없이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이었다는 점에서 엄격한 의미의 기본소득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독일에서도 기본소득 실험이 진행됐다. 독일경제연구소(DIW)는 작년 8월 ‘기본소득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8세 이상 성인 122명에게 3년 동안 매월 1200유로를 지급한다. 1300여 명의 대조군과 비교 실험을 하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