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추진잠수함 도입하면 '평화수호자' 아닌 '칼 부림꾼'"

중국의 고위 외교관이 미국, 영국과 손잡고 새로운 안보협력체 오커스(AUKUS)를 창설해 핵잠수함을 지원받기로 한 호주를 '말썽꾼'(a naughty guy)이라고 부르며 맹비난했다.

중 고위외교관 "호주는 '말썽꾼'"…오커스 또 맹비난
왕시닝 호주 주재 중국 대리대사는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오커스를 통해 최소 8척의 핵추진 잠수함을 손에 넣기로 한 호주의 계획을 문제 삼으며 호주는 "(현재의 이미지인)평화의 수호자"라기보다는 "칼 부림꾼"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호주의 핵잠수함 도입 방침을 겨냥, "호주는 현재 기술적으로 핵역량이 전무하고, 그 사실 덕분에 호주는 어떤 문제나 사고와 무관할 수 있다"며 "그런데 상황이 바뀐다면 호주 정치인들은 국민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준비가 돼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하려는 것은 현재의 핵확산금지 체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호주 국민은 오커스가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라는 국가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을 걱정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왕 대리대사는 아울러 중국과 대만의 충돌시 미국이 대만을 돕는다면 호주도 대만 편에 설 것임을 시사한 피터 더튼 호주 국방장관의 최근 발언과 관련, "호주 정치인들은 중국과 호주 관계에 파괴적인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중 고위외교관 "호주는 '말썽꾼'"…오커스 또 맹비난
그는 그러면서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호주 정부가 중국 기업에 장기 임대한 다윈 항만의 계약을 파기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정상적인 사업체에마저 호주 정보 당국이 입김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는 2015년부터 호주 북부 다윈 항만을 중국 기업 랜드브리지에 99년 만기로 임대했으나, 양국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자 국가 안보를 이유로 이 계약의 백지화를 검토하고 있다.

이달 초부터 주호주 중국대사관에서 대사 직무 대행을 맡고 있는 그는 양국 관계가 지난 몇년 간 악화하고 있는 것이 실망스럽다면서 "호주는 중국을 상대로 무자비하고, 자의적인 방식으로 부정적인 정책과 행동을 취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인 양국은 미중 경쟁 속에 호주가 미국의 편에 선 것에 불만이 컸던 중국이 지난해 4월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코로나19 발원지 문제와 관련한 국제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을 계기로 급격히 악화했다.

호주를 상대로 전방위 무역 보복에 나선 중국은 호주산 쇠고기 수입 규제, 호주산 와인에 반덤핑 관세 부과는 물론, 호주산 석탄 수입까지 중단했다.

중국은 최근 호주가 미국, 영국과 함께 오커스를 구성한 것에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