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개방 부작용 열거하며 '공동부유' 등 사회주의 요소 강화 예고
'집중통일영도' 강조…1인 의사결정 강화 전망
'홍색' 짙어지고 '원톱' 강화…역사결의가 예고한 시진핑의 중국
전문이 공개된 중국 공산당 제3차 역사결의(당의 100년 분투의 중대 성취와 역사 경험에 관한 중공 중앙의 결의)는 '시진핑(習近平)의 중국'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것은 개혁·개방의 부작용 해결을 위한 사회주의 요소 강화와 1인 영도체제 강화 등으로 정리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내년 하반기 제20차 당 대회에서 시 주석의 3연임(총 재임기 15년으로 연장)을 확정하기 위한 명분을 강조하는 동시에, 미중 전략경쟁 국면에서 서방과 구분된 '중국의 길'과 '시진핑의 마이웨이'를 가겠다는 의지가 역사결의를 관통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접속부사 '동시에' 반복하며 개혁개방 부작용 지적…'해결사'로 시진핑 부각
이번 결의에서 시 주석 재임기를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새 시대'로 규정한 파트를 보면 개혁·개방의 각 분야 성과를 제시하면서 '동시에'라는 접속부사에 이어 부작용을 서술하는 패턴이 눈길을 끈다.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별 성취를 소개한 문장에는 거의 예외없이 "동시에"라는 표현 뒤로 부정부패 만연, 불균형 발전, 당내 형식주의, 느슨한 법 집행, 사법의 불공정성, 배금주의, 향락주의, 극단적인 개인주의, 역사적 허무주의, 생태계 파괴 등 부작용들이 적시됐다.

즉 이번 역사결의는 개혁·개방의 성과에 가려진 문제점을 열거한 뒤 시 주석이 2012년 집권 이후 9년 동안 이들 문제 해결을 위해 기울인 노력을 서술하는데 역점을 뒀다.

덩샤오핑(鄧小平)이 시작한 개혁·개방을 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가 계승했지만 다양한 문제들도 노출한 만큼 새로운 시대의 지도자인 시 주석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적임자라는 논리가 내포돼 있었다.

'홍색' 짙어지고 '원톱' 강화…역사결의가 예고한 시진핑의 중국
◇ 개혁·개방 부작용 해소 위한 사회주의 요소 강화 예고
또 개혁·개방 이후 발생한 각종 문제점을 해소할 방법으로 이번 역사결의가 강조한 것은 공동부유 정책 등 사회주의적 요소 강화로 볼 수 있다.

이번 결의에서 '사회주의'가 157차례, '마르크스 주의'가 44차례(마르크스 레닌주의 포함) 등장한다.

특히 결의는 "시진핑의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은 당대 중국 마르크스주의, 21세기 마르크스주의이자 중화문화와 중국 정신의 시대적 정수로 마르크스주의 중국화의 새로운 도약을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마르크스 주의를 21세기 중국에 맞게 현지화한 사상이 시진핑 사상이라는 취지다.

세부적으로 개혁·개방 이래 나타난 경제 분야 문제의 해법으로 역사결의는 시 주석의 주요 어젠다인 '공동부유'를 제시했다.

이 단어는 결의에 5차례 등장한다.

결의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신시대는 (중략) 전면적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나아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전면적으로 건설하는 시대이며, 전 민족이 단결해 끊임없이 아름다운 삶을 창조하고, 점진적으로 전 인민의 공동부유를 실현하는 시대"라고 적었다.

이는 결국 '공동부유'의 기치 하에 추진해온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규제 강화, 부동산 보유세 도입 추진 등의 정책 기조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홍색 정풍운동'으로 불리는 대중문화·예술 분야의 통제 강화 흐름도 계속될 전망이다.

같은 맥락에서 결의는 농촌 생활 개선을 강조했다.

결의는 18차 당대회(2012년) 이후 전국에서 832개 현과 12만8천여개의 촌, 1억명 가까운 농촌 인구가 빈곤에서 벗어났다고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농촌 현대화 및 수입 증대, 농촌 거주자의 주거와 공중보건 서비스 개선 등을 업적 또는 과제로 소개했다.

'홍색' 짙어지고 '원톱' 강화…역사결의가 예고한 시진핑의 중국
◇'시진핑=당 핵심' 강조…1인 영도체제 공식화
이번 역사결의는 '1인 영도' 체제의 공식화를 내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덩샤오핑이 문화대혁명(문혁·1966∼1976)과 같은 지도자 1인 독주의 과오 재발을 막기 위해 고안한 '집단지도 체제'는 유명무실해지고, 최고 지도자 중심의 의사결정 체제가 강화할 것임을 결의가 예고했다는 것이다.

우선 이번 결의가 시 주석을 당 또는 당 중앙의 '핵심'으로 표현한 대목은 9차례 등장한다.

또 '집중통일영도'라는 표현은 총 7차례 등장한다.

결의는 "당 중앙의 집중통일영도는 당의 영도의 최고 원칙이며 당 중앙 집중통일영도를 강화하고 수호하는 것은 전당 공동의 정치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마오쩌둥(毛澤東)이 이끈 문화대혁명을 비판적으로 정리한 제2차 역사결의에 포함됐던 '집체영도제도(집단지도체제)'와 '개인 숭배 반대' 문구는 이번에 들어가지 않았다.

'홍색' 짙어지고 '원톱' 강화…역사결의가 예고한 시진핑의 중국
◇ 전문가 "사회주의 요소 강화하며 대외관계는 유지하는 투트랙 시도할 것"
안치영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는 "이번 역사결의가 하고 싶은 말은 결국 개혁·개방 과정에서 성과가 있었지만 사회주의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당의 영도가 약화했고 사회주의를 실현하는데 많은 이탈이 있었다는 것"이라며 향후 중국이 "전체적 방향에서는 사회주의적 부분들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미중 충돌 국면에서 서구 제도가 노출한 한계들을 목도한 중국은 자국 제도에 자신감을 가지고 나갈 것이나 기존에 이어온 대외 관계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쌍순환(내수를 강조하며 내수와 무역을 동시에 활성화하는 정책)' 정책에서 보여주었듯 내부 시스템을 통해 (미국의 대 중국 압박 정책이 초래한 문제들을) 보완하면서 '투트랙'으로 가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이번 역사결의에서 '집단지도 체제'에 대한 표현은 등장하지 않고 집중통일영도라는 표현이 여러 차례 나온데 대해 "내년 20차 당대회 이후 중국공산당은 집단지도체제가 아닌 집중 통일 지도체제로 운용되고 새로운 지도체제는 '핵심'인 시 주석이 중심이 되어 통치한다는 것을 강하게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이미 시 주석 집권기에 점차 정착해간 1인 집중의 의사결정 구조를 앞으로 유지 또는 강화할 것임을 역사결의를 통해 공식 천명했다는 분석이다.

즉, 당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회라는 최고 지도부는 명목상으로 존치하더라도 실질적인 의사결정 권한은 시 주석으로 집중되리라는 예상이다.

시 주석 재임중 당 공작 조례에 명시된 '중대 사안에 대한 사전 업무보고 의무' 등을 토대로 각 사안마다 총서기의 결재를 거치도록 하는 방식으로 시 주석이 독보적인 정책 결정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홍색' 짙어지고 '원톱' 강화…역사결의가 예고한 시진핑의 중국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