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수명 고려해 미래 지향적으로 전기 사용량 설계해야"
"취약지역 노후 아파트 변압기 교체 비용에 주민부담 낮춰야"
[정전위기 노후아파트] ④ "에너지는 삶의 질 문제"…정책적 고려 필요하다
이슈&탐사팀 = 전기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만큼 아파트 정전은 주민들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정부도 국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전기시설의 적정 용량을 법령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노후 아파트 주민들은 여전히 정전으로 고통받는다.

학계와 정치권에서는 '에너지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국가가 문제 해결에 한층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탄소중립 시대로 옮겨 가는 상황에서 전력 소비량이 계속 늘어날 것임은 분명하고, 전기 설비는 한번 설치하면 교체도 쉽지 않아 국가의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근본 해결책은 건물 설계 단계부터 전력 사용량 증가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이다.

홍준희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전기자동차로 전환에 이어 온수, 난방까지 전기로 대체될 분야가 많아 2050년까지 전기 사용량이 최소 2배는 늘어날 것"이라며 "아파트 수명이 평균 30년 이상인 점을 고려해 미래지향적으로 설계해야 하고 최대한 여유 있게 전기 사용량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당장 노후 아파트가 전국 곳곳에 존재하고, 낡은 전기설비 때문에 주민들이 정전 피해를 겪는 것이 현실인 만큼 노후 변압기 교체 지원사업이 차질 없이 이어져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정전위기 노후아파트] ④ "에너지는 삶의 질 문제"…정책적 고려 필요하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파트는 기본적으로 사유재산이어서 수전설비 교체는 주민 부담이라는 게 일반적 생각이지만 정전은 국민의 기본적 삶의 질을 해치는 문제"라며 "정부가 책임감 있는 자세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희 교수는 "노후 변압기 교체 지원사업 예산은 더 지원해줘야 한다"면서 "궁극적으로는 통신사가 가정에 셋톱박스를 설치해주듯 한국전력이 수전설비를 교체해주고 직접 관리하는 게 나라 전체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안전을 관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지원사업 신청 기준을 완화해 대상을 확대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지원 대상을 매매가 5억7천만원 이하(서울 및 6대 광역시 매매 중윗값 평균)로 제한하는 현행 기준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서울의 아파트 중윗값이 올 8월 9억원을 돌파하는 등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라 노후 아파트라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최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해 현실적으로 사업을 신청할 수 있는 아파트가 현저히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가격 기준이 매년 균일하게 적용된 것은 아니어서 변경 여지는 남아 있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아파트'가 기준이었고, 사업 시행 초기인 2007년에는 '변압기 교체 희망 아파트'로 대상 범위가 매우 넓기도 했다.

한전 관계자는 "지침이나 약관을 갖고 운영하는 게 아니라 매년 상황과 예산에 따라 판단하면서 조금씩 변경해 시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아파트 측이 지출해야 하는 교체 비용 20%도 부담스러워하는 아파트가 적지 않은 만큼 자부담 비율을 낮추면 사업 참여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동주 의원은 "자부담 비중이 20%임에도 비용 부담으로 변압기 교체 신청을 꺼리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며 "자부담 비율을 10% 수준까지 낮추고, 취약지역의 영세 노후 아파트는 부담을 아예 없애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전위기 노후아파트] ④ "에너지는 삶의 질 문제"…정책적 고려 필요하다
전기 설비 노후에 따른 정전 위험에도 당장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아파트 외관 등에만 장기수선충당금을 쓰려 하는 등 주민 인식도 개선할 측면이 있다.

전문가들은 변압기 교체사업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도 한층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노후 아파트는 변압기 외에도 각종 수리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변압기 교체는 아파트 측이 부담하기에는 비용이 크다"며 "한전과 정부가 적극적인 홍보로 변압기 교체의 효과를 잘 알리고 주민들을 설득해 안전 지침을 이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뉴스통신진흥회 제4회 탐사·심층·르포취재물 공모 최우수작 「노후 아파트는 '정전'과의 전쟁 중」(서울여대 최지은·유경민·김유진·정윤경)을 재구성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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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