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송해 1927' 개봉
데뷔 66년 만에 다큐 주인공 된 송해 "아비 노릇 못했다는 고백"
매주 일요일 낮 "전국~ 노래자랑!"이라는 외침만 30여년. 1927년생으로 최고령 현역 연예인으로 활동 중인 송해는 94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쩌렁쩌렁하고 유쾌했다.

윤재호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송해 1927'은 KBS '전국노래자랑' 최장수 MC 송해의 무대 아래 인생을 담았다.

일제강점기 황해도 재령군에서 태어나 송복회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송해는 한국전쟁 당시 연평도에서 미국 군함을 타고 부산에 도착했다.

실향민으로서 바닷길을 건너며 '바다 해'자를 예명으로 쓰기 시작했다.

1955년 유랑극단 '창공악극단'을 통해 가수 활동을 시작했고, 타고난 입담으로 당시 구봉서, 서영춘, 배삼룡, 이순주 등과 함께 극장 쇼 무대에서 활약했다.

MBC '웃으면 복이와요'에서 여성 코미디언 1인자 이순주와 콤비로 활약하며 전 국민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전국 방방곡곡 국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했다.

다큐에는 아버지의 끼를 물려받아 가수를 꿈꿨으나 22살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그의 아들과 뒤늦게 아들이 품었던 꿈을 접한 송해의 회한 어린 눈물이 담겼다.

9일 오후 열린 시사회에 참석한 송해는 "영화에 문외한인 내가 윤 감독과 인연이 되어 생전 처음 다큐에 참여했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지나가는 줄 모르고 봤다.

부끄럽고 미안하기 짝이 없으나, 열심히 한 거라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송해는 막내딸이 간직하고 있던 아들의 자작곡 녹음테이프를 30년 만에 들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감은 눈 아래로 눈물을 흘렸다.

그는 "북에 있을 때 예술 계통으로 가겠다는 나를 아버지가 몹시 나무라서 마음만 있었고 행하지 못했는데 나 역시 승낙하지 않았다.

자식의 의중을 파악해야 하는데 그걸 못해서 어찌 아버지 노릇을 하겠는가, 자격 잃은 아버지로서 후회가 컸다"며 "아버지 노릇을 못 했다는 고백"이라고 했다.

건강을 잃고 6개월 동안 입원을 한 뒤 마음을 추스르려니 힘들어서 극단적인 생각을 한 적도 있다는 그는 관객과 시청자들이 '장수 비결'이라고 했다.

"저희를 바라보고 있는 분들이 없으면 존재 가치가 없죠. 공개 방송이나 공연할 때 오시는 분들이 저희의 재산입니다.

언제까지 만날지 모르겠지만 평생 여러분을 붙들고 가겠습니다.

"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평창국제평화영화제, EBS국제다큐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 등에서 관객을 만났다.

1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데뷔 66년 만에 다큐 주인공 된 송해 "아비 노릇 못했다는 고백"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