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사장급 첫 외부영입…한섬 해외패션 '삼성맨'이 맡는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한섬 해외패션부문 사장에 박철규 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부사장·61·사진)을 영입하는 등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사장급 인사를 외부에서 영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순혈주의를 깬 파격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박 사장 영입을 비롯해 총 56명의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했다고 5일 밝혔다. ‘위드 코로나’ 등 경영 환경 변화에 맞춰 내년도 경영전략을 조기 수립하기 위한 임원인사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해외패션본부를 사장급 부문으로 격상하면서 외부 인사를 전격 발탁한 것이다. 박 사장은 30년간 삼성물산에서 근무한 ‘삼성맨’이다. 삼성물산에서 꼼데가르송과 아미 등 최근 인기를 끄는 ‘신명품’ 브랜드를 들여온 패션 전문가다. 1989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제일모직 패션부문 패션사업2부문장과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을 지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박 사장 영입으로 한섬의 해외 패션사업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백화점 등 유통 계열사와 시너지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한섬이 본격적으로 해외 패션부문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한섬은 시스템, 타임 등 입지가 탄탄한 국내 패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나 해외 패션에서는 경쟁사인 삼성물산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성과가 저조한 편이다. 회사 관계자는 “한섬에서 국내 패션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전체의 70% 수준”이라며 “해외 패션사업을 강화해 매출을 끌어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이번 정기 인사 대상은 승진 27명, 전보 28명 등 총 56명이다. 박 사장을 영입한 것을 제외하면 계열사 대표는 모두 유임됐다. 김창섭 현대백화점 더현대서울 점장은 전무로 승진했다. 그룹 관계자는 “안정적인 기조 속에서 변화와 혁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