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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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절차가 지지부진했던 노바백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인도네시아에서 첫 승인을 받았다. 지난 9월 초까지 바이오 업종을 주도했던 SK바이오사이언스가 노바백스 백신의 위탁생산(CMO)을 맡고 있어 국내 바이오주에도 훈풍이 부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2일 오전 9시57분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전일 대비 1만7000원(7.56%) 오른 24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코스피 의약품업종지수는 2.19% 상승한 1만7596.24를 기록 중이다.

간밤 노바백스 백신 승인 소식이 전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노바백스는 1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정부가 처음으로 자사의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영국 유럽연합(EU) 캐나다 호주 인도 필리핀 등의 의약품 당국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했다고도 전했다.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최초로 노바백스 백신이 긴급사용승인된 사례가 나왔기 때문에 이미 해당 백신에 대해 리뷰를 하고 있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대해서도 승인 신청 제출 뉴스를 기대할 수 있다"며 "국내의 경우 SK바이오사이언스가 노바백스 백신의 라이선스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식약처 승인이 이뤄질 경우 이미 생산을 완료한 4000만도즈의 기술도입 물량에 대해 완제 포장공정에 나서 매출까지 인식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노바백스는 올해 상반기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었다. 미국에서 긴급사용을 승인 받으면, 이를 바탕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빠르게 승인을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특히 노바백스 백신은 영하 수십도 이하에서 보관해야 하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의 백신보다 보관과 운송이 용이해 이러한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개발도상국에서 많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돼왔다.

하지만 신청 일정이 두 차례나 연기됐다. 중소기업인 노바백스가 심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 FDA로부터 긴급사용 승인을 받아내기 위한 서류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노바백스 백신 상업생산을 위한 공정 구축을 마무리한 SK바이오사이언스 입장에선 타격이 컸다.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 생산을 위해 백신 기업들의 '대목'인 독감백신 생산도 포기했기 때문이다.

노바백스 백신 생산이 미뤄지면서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가 미끄러진 이유다. 자체 개발 중인 백신 후보 GBP510의 임상 개발 모멘텀으로 지난 8월 한 달만 주가가 83.87% 상승했지만, 9월초 이후에는 높아진 기대감에 부응하는 모멘텀이 나오지 않았다. 전일 SK바이오사이언스의 종가는 22만5000원으로, 9월3일 고점 33만5000원 대비 32.84% 하락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를 비롯한 코로나19 백신 관련 기업들은 지난 8월부터 바이오업종의 주도주 역할을 해왔다. 청와대가 8월초 ‘K-글로벌 백신 허브화 전략 보고대회’를 개최한 게 백신 기업들 주가 상승을 부채질하면서다.

실제 코스피 의약품업종지수는 8월 한 달 동안 15.29%가 상승했고, 이후 전일까지 18.30%가 빠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 흐름과 비슷하다. 오히려 코로나19 백신 모멘텀이 주목받기 전인 7월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이 과정에서 바이오업종의 시가총액 2위 종목인 셀트리온은 머크의 경구용(먹는 알약)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고점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바이오 업종 주가가 올해 연중 저점에 가까워져 SK바이오사이언스를 필두로 반등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병원 방문이 필요한 처방의약품 실적 비중이 높은 제약사 △임상시험 등록 및 데이터 판독 지연 등으로 신약 임상 진척과 기술수출 거래 진행에 타격이 있었던 신약개발 바이오텍 △업종 내 경기 민감주로 분류되는 의료기기 기업 등의 펀더멘털 회복을 예상했다.

그는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시작될 올해 말부터는 (감염병) 대유행으로 인한 부정적 타격의 회복을 기대하는 분야 중심으로 투자 무게중심을 순차적으로 옮기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