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 2천여명 빈소 찾아…대형 태극기에 싸인 관 운구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서울대병원 빈소에는 코로나19 시국에도 나흘간 약 2천여명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12·12 군사 쿠데타 주도부터 88 서울올림픽 개최, 퇴임 후 수천억원 규모의 비자금 조성 등으로 요약되는 고인의 삶은 현대사의 빛과 그늘을 동시에 드러냈다.

공과가 공존하는 탓에 세대와 정파를 가리지 않은 전국민적 추모 물결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유족을 통해 '과오는 용서 바란다'는 5·18 사죄의 마지막 메시지가 공개된 가운데 일각에서 재임시 업적에 대한 재평가 목소리도 나왔다.

발인이 진행된 30일 오전 연건동 서울대병원 빈소에는 20여명의 조문객이 찾았다.

아들인 노재헌 변호사는 빈소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대략 2천여명 정도 조문객이 찾았다"고 말했다.

유족과 4촌 이내 가까운 친척들은 검은색 상복에 흰색 나비를 달고 조문객을 맞았다.

부인 김옥숙 여사의 고종사촌 동생인 '6공 황태자' 박철언 전 의원도 가슴에 흰나비를 달았다.

영정 사진은 노 전 대통령의 맏손주인 노재헌 변호사의 아들 장호 씨가 들었다.

고인은 대형 태극기에 쌓여 운구됐다.

의장대 10명이 천천히 한 걸음씩 고인을 운구했다.

노 변호사,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을 비롯한 유족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뒤따랐다.

8인승 검은색 링컨 리무진에 운구를 마치자, 유족들은 묵례했다.

운구차는 서울대병원 빈소에서부터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향해 천천히 움직였다.

발인까지 이어진 조문발길…굴곡진 정치사 되짚은 '노태우 빈소'
지난 27일부터 나흘간 노 전 대통령의 빈소에는 정관재계, 학계, 종교계 문화계 등 다양한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지지 않았다.

조문객들은 빛과 그늘을 동시에 짚어 추모에 온도차를 보이기도 했지만, 대체로 영욕의 세월을 내려놓은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박철언 전 의원은 사실상 상주 역할을 하며 나흘 내내 빈소를 지켰다.

노태우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과 보건사회부 장관을 지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나흘 내리 발걸음 했다.

노재봉 전 국무총리, 이홍구 전 국무총리, 정해창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 정구영 전 검찰총장, 김종휘 전 외교안보수석 금진호 전 상공부 장관, 김진현 전 과기부 장관, 이현택 전 체육부 장관 등 6공화국 실세들도 일제히 빈소를 방문해 유족을 위로하고 고인의 명복을 기원했다.

특히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 상황실장이었던 박남선 씨는 빈소를 직접 찾고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변호사 등 유족의 손을 맞잡아 주목을 받았다.

고인과 '바늘과 실'이었던 전두환 씨는 건강상 이유로 빈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부인 이순자 씨만 장례식장을 방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예우를 갖추면서도 직접 조문하지는 않았다.

청와대에서는 유영민 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이 유족을 위로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윤석열·홍준표·유승민·원희룡 등 대권주자 4인도 빈소를 방문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직접 조문했지만 방명록에 이름을 남기지는 않았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조문했다.

발인까지 이어진 조문발길…굴곡진 정치사 되짚은 '노태우 빈소'
박병석 국회의장, 김부겸 국무총리, 민주당 송영길 대표,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박찬대·노웅래 민주당 의원, 이홍구·김황식·황교안·이낙연 전 총리 등 전현직 정관계 인사들도 빈소에 다녀갔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변호사와 친분이 있는 지상욱 전 국민의힘 의원도 사흘 내리 빈소를 다녀갔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김기춘 전 비서실장,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추모행렬에 동참했고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비롯해 브라질·아프가니스탄·터키·카타르·불가리아 등의 각국 주한 대사들도 빈소를 찾아 외교 분야에서 성과를 냈던 노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는 발인 하루 전 가족 대표로 찾았고, 김대중(DJ)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국가정보원장도 발걸음을 했다.

DJ 3남인 무소속 김홍걸 의원도 빈소를 찾았다.

유영하 변호사는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신해 조문왔다.

재계에서는 고인의 사위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소송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가장 먼저 조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용만 두산경영연구원 회장,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손경식 회장, 이인용 삼성전자 회장,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등도 장례식장을 찾았다.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 서승환 연세대 총장, 조계종 총무원장인 원행스님, 원불교 오우성 교정원장 등 학계와 종교계의 조문 발길도 이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