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전해액 제조회사 엔켐이 상장을 앞두고 진행한 일반청약 첫날 1조원에 가까운 증거금을 모았다. 160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인 기관투자가 수요예측의 흥행 분위기를 이어받았다는 평가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엔켐의 일반청약에 약 9500억원의 증거금이 들어왔다. 통합 경쟁률은 73.6 대 1로 나타났다. 대표주관사인 대신증권이 69.9 대 1, 공동주관을 맡은 신한금융투자가 88.4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투자 의사를 보인 것이 일반투자자의 청약 열기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다. 엔컴은 지난 18일 마감한 수요예측에서 164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참여 기관 대부분이 희망범위(3만~3만5000원) 상단 이상으로 주문을 넣었다. 이 같은 결과를 반영해 엔켐은 공모가격을 4만2000원으로 높였다.

투자자들은 엔켐의 가파른 성장세를 기대하고 청약에 뛰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엔켐은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중국 CATL 등 주요 배터리 회사에 전해액을 납품하고 있다. 폭스바겐, 다임러, 포드 등 세계 10대 전기차 제조사 제품에 모두 엔켐의 전해액이 들어간다. 전해액은 2차전지 안에 있는 리튬이온의 이동을 돕는 매개체로 양극재·음극재·분리막 등과 함께 2차전지의 핵심 소재로 꼽힌다. 연이은 수주 덕에 엔켐 매출은 2016년 207억원에서 지난해 1371억원으로 뛰었다. 이 회사는 올해 매출이 2420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엔켐은 22일 일반청약을 마감한다. 공모주 투자자 중 상당수가 마지막 날 청약하는 것을 고려하면 최종 증거금은 10조원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