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외환투기 세력 엄단…필요시 환율 개입"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외환시장의 투기세력을 엄단하고 필요할 경우 환율 안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을 만나 백악관의 삼성 반도체 자료 요청 사안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13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가 열리는 워싱턴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후 특파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홍 부총리는 최근 오르고 있는 원·달러 환율에 대해 "환율이 시장 수급에 의해 조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투기적 요인에 의해 환율이 급등락하는 것은 경제에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로서 면밀하게 환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하다면 정부는 안정화 조치를 언제든 준비하고 실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백악관으로부터 영업 기밀에 준하는 자료를 요청받은 것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했다. 우선 14일 옐런 재무장관을 만나 지원을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사안은 원래 상무부와 한국 산업통상자원부가 논의할 사항이지만 마침 재무장관과 면담이 예정돼 있어 반도체 자료 요청 문제에 대해 측면 지원을 요청드릴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는 18일 열리는 제1차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에서 이 사안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해 보겠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이번 연차총회에서 확정된 글로벌 세제 합의안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세수가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IMF는 디지털세(필라1)와 글로벌 최저한세(필라2) 도입 방안에 대해 139개국 중 130개국이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디지털세는 다국적기업이 외국에 고정사업장을 운영하지 않더라도 매출이 발생한 곳에 세금을 내도록 하는 조세체계다. 필라2는 법인세를 최소 15% 이상으로 하는 글로벌 최저한세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홍 부총리는 필라1의 적용을 받아 해외에 과세해야 하는 한국 기업이 1개, 많으면 2개로 예상했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 활동하는 거대 플랫폼 기업 중 필라1 기준을 충족하는 외국 기업 수는 80여 개 정도로 추산했다.

그는 "필라1에선 수천억 원 정도 세수 감소가 불가피하지만 필라2로 인해 수천억 원의 세수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이를 결합하면 세수에 소폭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필라1은 단기적으로 세수 감소요인이지만 2025년부터 2030년까지는 플러스 전환을 추산했다. 반면 필러2의 경우 다른 나라의 법인세율 상향 등으로 인해 시간이 갈수록 세수 흑자 요인이 줄어들 것이라고 판단했다.

홍 부총리는 "필라1의 경우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세금을 내면 이중과세 방지장치에 따라 국내에서는 그만큼 공제한다"며 "기업의 부담은 늘지도 줄지도 않는 조세중립적이고 정부의 세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귀결된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