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이 26일 전북 완주군 우석대에서 열린 전북지역 경선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경기지사, 김두관 의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박용진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이 26일 전북 완주군 우석대에서 열린 전북지역 경선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경기지사, 김두관 의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박용진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대선 경선의 ‘승부처’로 여겨졌던 광주·전남에서 122표 차 ‘신승’을 거뒀다. 직전 지역순회 경선에서 5연승을 달리던 이재명 경기지사는 2위를 차지했다. 광주·전남은 이 지역 출신인 이 전 대표의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강한 데다 최근 불거진 이 지사의 대장동 개발 관련 의혹도 표심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이 지사를 누적 득표율 과반 고지에서 밀어내는 데는 실패해 ‘이재명 대세론’을 꺾진 못했다.

‘안방’서 승리한 이낙연

25일 민주당 광주·전남 지역 순회 경선에서 이 전 대표는 47.12%의 득표율을 얻어 5연패 끝에 첫 승리를 맛봤다. 이 지사 득표율은 46.95%로 이 전 대표에게 0.17%포인트 밀렸다. 광주·전남은 전남지사를 지내고 이 지역(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에서 4선을 한 이 전 대표의 ‘정치적 텃밭’으로 그동안 이낙연 캠프에선 경선 추세를 뒤집을 승부처로 여겨왔다. 이 전 대표는 의원직에서 사퇴하는 등 ‘배수진’까지 치며 호남 경선에 올인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승리 후 “광주·전남 시·도민들은 제가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다른 지역보다 더 잘 아신다”며 “더 큰 희망의 불씨를 발견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결과에 따라 이 전 대표의 누적 득표율은 32.46%에서 34.21%로 올랐다. 이 지사의 누적 득표율은 53.71%에서 52.90%로 내렸다. 격차가 다소 줄었지만 이 지사의 득표율이 여전히 과반을 넘고, 두 주자 간 격차도 아직 18.59%포인트나 된다. 남은 부산·울산·경남(PK), 수도권 경선과 2·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전 대표가 크게 이겨야 이 지사의 과반 득표를 저지해 막판 역전극을 노릴 수 있는 결선투표로 갈 수 있다.

이 전 대표 측은 ‘첫 승리’라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남은 경선에서 탄력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이낙연 캠프 종합상황본부장인 최인호 의원은 “역대 대선에서 광주·전남은 항상 본선에서 이길 후보를 1위로 승리를 안겨줬다”며 “노무현식 대역전극을 통해 정권 재창출로 간다”고 했다.

이재명 측 “이만하면 선방”

이낙연 "희망의 큰 불씨 발견" vs 이재명 "생각보다 많은 지지"
이날 2위로 밀린 이 지사는 호남에서 본선행 티켓을 확정짓겠다는 구상에 차질이 생겼다. 하지만 이 전 대표의 ‘안방’인 광주·전남에서 45%가 넘는 득표율을 얻어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 지사는 결과 발표 뒤 “광주·전남이 이 전 대표의 정치적 본거지여서 제가 불리할 거라고 봤는데 생각보다 많은 지지를 보내주셨다”고 했다.

이재명 캠프 총괄특보단장인 정성호 의원은 “조금 아쉽지만 선전했다”며 “자만하지 말라고 하는 채찍이라 생각하고 더 분발하겠다”고 했다. 호남 경선은 이 지사가 최근 휘말린 대장동 개발 의혹에 따른 민심을 점쳐볼 수 있는 가늠자로 여겨졌다. 호남 지역의 지지를 받는다면 당내 비주류였던 이 지사가 민주당 대표 후보라는 ‘명분’을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됐다. 결국 개표 결과 2위로 밀려나 ‘경고음’은 울렸지만 1위와 득표율 차이가 크지 않아 대세론에 손상이 갈 정도는 아니라는 게 이재명 캠프의 자체 평가다.

오히려 3위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득표율이 4.33%에 그치면서 대장동 이슈가 이 지사로의 ‘결집현상’을 유도했다는 내부 분석도 나온다. 이 지사 캠프의 정진욱 대변인은 “원래 이 전 대표 측은 광주·전남에서 10%포인트 이상의 승리를 점쳤는데 개표 결과 유권자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는 게 드러났다”고 했다.

반면 대장동 공방이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줘 저조한 투표율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광주·전남 투표율은 56.2%로, 이전까지 경선이 치러진 전체 지역의 평균 투표율 71.4%보다 훨씬 낮았다.

남은 승부처는 ‘2차 슈퍼위크’

광주·전남 민심이 두 후보 중 한 명에게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주진 않으면서 다음달 초 2차 국민선거인단(슈퍼위크 49만6339명) 투표 또는 경기·서울 당원투표(30만9177명) 결과를 봐야 경선의 향방이 확실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남은 일정은 제주(10월 1일), PK(10월 2일), 인천(10월 3일·2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경기(10월 9일), 서울(10월 10일·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순이다. 특히 PK 경선은 여론조사상 두 후보가 박빙인 데다 호남 대전의 ‘연장전’ 성격이 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현재까지 누적 득표율은 이 지사가 앞서지만 대장동 의혹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역전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이 전 대표 측은 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광주·전남 연설에서 이 지사의 대장동 의혹을 겨냥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도덕적이지 않아도 좋다는 발상, 정말 괜찮겠느냐”며 “대장동 비리를 파헤쳐 모두 엄벌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지사는 “민관합동을 통해 절반이나마 이익을 환수한 것에 대해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며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