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년 지방 좌천 '김정일 금고지기' 최봉만·첫 여성장성 전구강도
북한, 강성산 전 총리 뒤늦게 열사릉 안치…서울공연 지휘 김병화도
북한이 지난 2007년 사망한 강성산 전 정무원(현 내각) 총리를 15년 만에 국립묘지에 해당하는 신미리 애국열사릉에 뒤늦게 안치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7일 "열사들의 유해를 안치하는 의식들이 16일 신미리 애국열사릉에서 진행됐다"며 "열사들 가운데는 당과 정부의 중요직책에서 오랫동안 사업하면서 조국과 인민을 위해 헌신적으로 투쟁해온 강성산 동지(…)도 있다"고 보도했다.

강성산은 김일성 주석 집권기인 1984년과 1992년 두 차례 정무원 총리에 임명됐다.

특히 사위인 강명도 경민대 교수가 1994년 5월 탈북한 이후에도 총리직을 유지하고, 그해 7월 김 주석이 사망하자 국가장의위원회 위원도 맡았다.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이후인 1997년 총리직에서 경질됐다.

강성산은 총리 출신인데도 그간 애국열사릉에 안치되지 못해 사위의 탈북 등 영향으로 관측됐으나, 사망 15년 만에 이장을 통해 애국열사릉에 묻히게 됐다.

'김정일 금고지기'로 불린 최봉만 전 노동당 39호실장도 이번에 애국열사릉에 안치됐다.

북한의 각종 외화벌이 회사를 직영하는 노동당 39호실은 최고지도자의 통치자금을 마련하는 곳이다.

최봉만은 2004년께 업무상 과오로 평양에서 지방으로 좌천된 것으로 전해졌으나 북한은 이번에 "당 중앙위원회에서 사업하면서 우리 당의 강화 발전에 이바지했다"며 애국열사릉에 안치해 뒤늦게 공로를 인정했다.

북한이 기여도가 높은 간부들을 과오에도 재평가하고 있음이 엿보인다.

북한 첫 여군 장성인 전구강 전 소장(별 하나)도 새 애국열사릉 안치자에 포함됐다.

전구강은 6·25전쟁 직후인 1950년 7월 입대해 2001년까지 51년간 군 생활을 한 군의관으로 '공훈의사', '노력영웅' 등 칭호를 받았다.

북한은 1988년 전구강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나의 행복'을 제작하기도 했다.

통신은 "수십 년간 혁명의 군복을 입고 군의부문 일군으로, 전승기념관 강사로 영예로운 복무의 길을 걸으며 인생의 참된 행복을 꽃피운 첫 여성 장령"이라고 그를 소개했다.

지난 3월 사망한 '북한 최고의 지휘자' 김병화 전 국립교향악단 고문도 "주체교향악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이번에 애국열사릉에 묻혔다.

'김일성상' 계관인에 인민예술가 칭호를 받은 그는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직후 서울을 방문해 공연하기도 했고,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의 칸타타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의 세계 초연을 맡은 지휘자로도 유명하다.

그 밖에 군 장령이었던 박인영도 이번 애국열사릉 안치자에 포함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