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약물전달시스템(DDS)으로 ‘엑소좀(exosome)’이 주목받고 있다. 생체에서 유래된 나노입자인 엑소좀을 활용해 기존 DDS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기존 DDS는 인위적으로 합성한 나노입자를 사용해 생체적합성, 안전성, 표적 전달률이 낮은 데다 합성물질의 부작용 등의 문제점이 있었다.
[Cover Story - OVERVIEW] 차세대 약물전달기술 ‘엑소좀’ 기반 치료제의 현재와 내일
엑소좀은 우리 몸에 있는 모든 세포가 만드는 50~200나노미터(㎚·10억분의 1m) 지름의 아주 작은 구형 나노입자다. 체액인 혈액, 소변, 침, 뇌척수액, 흉막외수액, 모유 등에 널리 퍼져 존재한다.

세포 안에서 형성된 나노 소포체(vesicle)들이 큰 주머니에 담겨 다낭체(multivesicular bodies)를 만들고, 이 다낭체가 세포 안쪽 막과 융합해 주머니 안에 있던 나노 소포체를 세포 밖으로 배출한다. 이를 엑소좀이라고 부른다.

처음 발견 당시 엑소좀은 세포에 필요 없는 생물학적 쓰레기들을 배출하는 쓰레기통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수십 년 전부터 세포 간 신호 전달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엑소좀 안에는 세포로부터 유래된 단백질, 지질, 그리고 유전자 정보들이 담겨 있다. 이러한 생물학적 인자를 체내 먼 곳까지 안전하게 이동시킬 수 있어, 다른 세포들에 특정 신호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또 엑소좀은 세포가 가지는 성질을 대변하기 때문에 같은 세포라도 세포가 처한 상황에 따라 나오는 엑소좀의 성질이 달라진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나오는 엑소좀과 질환이 발병된 상황에 서 나오는 엑소좀의 특성이 다름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특징은 진단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암의 경우 무엇보다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임상에서 사용하는 진단 방법으로는 많은 한계점이 존재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혈액 속에 돌아다니는 암세포 또는 암 유전자를 검출하는 방법이 시도됐지만, 워낙 그 숫자와 양이 작아 기술사업화 측면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의료·산업계는 세포와 유전자에 비해 검출이 유리한 암 유래 엑소좀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실제 이와 관련된 연구는 현재 진단업계에서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질환 형성 및 진행에 있어 엑소좀이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쏟아지면서, 최근 차세대 진단 인자로 크게 각광받고 있다.

치료제에 있어 엑소좀의 중요성

치료제 영역에서 엑소좀에 대한 연구도 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엑소좀은 세포의 ‘아바타’처럼 모세포를 대변할 수 있다. 여기서 착안해 세포치료제의 대안으로서 엑소좀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세포치료제는 높은 생산 단가와 어려운 품질 관리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효능, 생체적합성, 다기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혈액암에 놀라운 임상 효능을 보이는 키메릭 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부터 줄기세포치료제까지, 많은 다국적 제약회사가 세포치료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서 줄기세포의 재생 효능은 실제로는 세포 자체의 재생 효능보다, 줄기세포가 방출하는 생물학적 인자들이 주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중 엑소좀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규명되면서 Cell Free Therapy로서 엑소좀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이 시작됐다.

이 외에도 다양한 약물의 전달체로서 장점을 갖고 있다. 엑소좀은 일반 세포막과 마찬가지로 단백질의 본연의 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최적의 막 환경을 가지고 있다. 선행 연구에서 엑소좀의 막 환경에 표출된 단백질은 안전성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막의 지질 뗏목(lipid raft)에 집중돼 발현되는 막 단백질의 특성으로 표적 단백질에 높은 결합력을 가진다.

단백질 기능에 중요한 번역 후 수정 (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을 거쳐 발현되기 때문에 단백질의 특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즉 치료용 단백질을 엑소좀 막 표면에 표출하면, 이 단백질은 본연의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어 효능을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또 엑소좀은 우리 몸의 세포에서 생성되기에 생체적합성이 우수하고 면역원성이 낮다. 약물 전달체로서의 가치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엑소좀은 독특한 세포 흡수(cell uptake) 기전을 가지고 있다. 엑소좀은 약 30%의 확률로 세포막과 직접 융합할 수 있고, 엑소좀 안에 있는 물질을 융합하는 세포의 안으로 전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외부에서 세포로 전달되는 물질은 세포 소화 기관을 통해 분해되는데, 세포막 융합으로 물질을 전달하면 세포 소화기관을 회피할 수 있어 전달물질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엑소좀 안에 탑재된 약물을 효과적으로 세포 안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세포 내로 전달이 어려워 약 개발이 진행되고 있지 않은 전사인자, RNA 간섭 치료제(siRNA, miRNA 등)의 전달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엑소좀이 시장 가치가 큰 혁신적인 플랫폼 기술이 될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엑소좀 치료제의 시장성과 국내외 개발 현황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신약 개발 방식은 화 학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이다. 기존 신약 개발 방법인 화학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 약품의 경우 오랜 기간 개발이 이뤄져 더이상 차별화된 기술이 도입될 가능성이 낮다. 또 이미 거대 다국적 제약사가 관련 시스템을 잘 구축하고 있어 경쟁도 치열하다.

수만 가지의 신약이 위 신약 개발 방법들로 개발됐지만 임상에서의 실제 효능은 제한적이고, 새로운 약물 표적을 발견했음에도 적절한 전달체가 없어 해결하지 못한 질환들도 아직까지 많이 존재한다.

실제로 이러한 방식의 신약 개발 성공률은 0.01%에 불과하고, 7000여 개의 희귀질환에 대해서는 아직 치료제조차 없어 의료 미충족 수요가 굉장히 큰 상황이다. 경쟁사 사이에서 기술 사업화의 성공 확률을 높이고 임상에서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신약 개발 방식이 필요하다.

엑소좀은 신약 개발 방식에 있어 기존 틀을 깰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잠재력을 현실화하기 위해 최근 몇 년 사이에 엑소좀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을 추진하는 수많은 바이오벤처 회사들이 창업을 했다. 국내에서는 엑소코바이오,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 엑소스템텍 등 다양한 엑소좀 기반 치료제 개발 회사가 설립됐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가는 엑소좀 기반 치료제 회사는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코디악과 영국 에복스가 꼽힌다. 코디악은 엑소좀 막 표면에 항암 면역 효능을 일으킬 수 있는 인터루킨-12 단백질(IL-12)을 표출한 ‘exoIL-12’, 엑소좀 안쪽으로 면역세포를 활성화할 수 있는 스팅 아고니스트(STING agonist)를 탑재한 ‘exoSTING’을 암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만약 이 엑소좀 기반 치료제들이 임상에서 유망한 결과를 낸다면 다국적 제약회사의 관심을 모으며 시장이 급격히 커질 가능성이 크다. 또 임상 3상을 통과해 최종 엑소좀 치료제가 나온다면 기존에 전달할 수 없어 약으로 만들지 못했던 수많은 유효물질을 엑소좀에 탑재하는 치료제 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엑소좀 활용 신약 개발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들

엑소좀 기반 치료제 개발에 있어 가장 시급한 과제는 엑소좀의 효율적인 대량생산 공정 개발 방법을 정립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임상에서는 주로 접선흐름여과(tangential flow filter) 방식과 크로마토그래피(chromatography) 기반 공정으로 엑소좀 치료제의 대량생산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고 논란도 많다.

순도 높은 엑소좀을 분리하기 위해서는 현재로서는 복잡한 공정 과정이 필요하다. 많은 회사가 엑소좀 기반 치료제를 개발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치료제 산물의 엑소좀 순도는 높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 세포 외 소포체 협회(ISEV)에서 주기적으로 엑소좀 특성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지만, 엑소좀 불균질성으로 인해 여전히 엑소좀에 대한 정의에 대해 전문가 사이에 이견이 존재한다.

화합물, 단백질과 달리 생체 내 세포가 생산하는 입자이기에 애초에 간단한 방법으로 정의 내리기 어려운 영역이긴 하다. 하지만 범용성이 높은 치료제가 되기 위해서는 이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엑소좀을 약물 전달체로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효율이 높은 약물 탑재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위적인 조작으로 만드는 입자가 아니기에 세포가 가지는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활용해 최적의 약물 탑재 방법을 도출해야 한다. 이 부분이 결국 엑소좀 치료제 개발의 핵심 기술로 판단된다.

가장 빠르게 엑소좀 치료제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코디악의 경우 엑소좀 막에 단백질을 효과적으로 부착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 기술로 인해 타 경쟁사에 비해 회사의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엑소좀 안으로 약물을 탑재하는 것에 대한 효율은 제한적으로 알려져 있어, 이를 극복해야 엑소좀이 진정한 차세대 약물 전달체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은 분야지만, 엑소좀은 분명 차세대 패러다임 시프트를 일으킬 혁신적인 신약 개발 방식이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국내 바이오벤처 회사들도 우수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도전하고 있어 미래가 기대되는 바이오산업 영역이다.
<저자 소개>

[Cover Story - OVERVIEW] 차세대 약물전달기술 ‘엑소좀’ 기반 치료제의 현재와 내일
남기훈
엑소좀 기반 치료제 개발과 항암 면역 치료 분야 전문가로,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KU-KIST 융합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하버드 의과대학 다나파버 암센터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올해 9월부터는 엑소좀 기반 치료제 개발기업인 시프트바이오의 부대표로도 활동 중이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9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