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 훔치기 막자' 경계심이 만든 MLB '고의 보크 시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가 고의 볼넷을 넘어 고의 보크의 시대를 맞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두 구단인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탬파베이 레이스가 유행에 앞장서고 있다.

다저스 불펜투수 코리 네벨은 지난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방문경기에서 팀이 3-1로 앞선 연장 15회말 등판해 마운드 위에서 일부러 공을 떨어뜨렸다.

탬파베이 불펜투수 콜린 맥휴는 이번 주 보스턴 레드삭스전에서 팀이 11-9로 앞선 연장 10회말 3루를 견제하는 척하고 공을 던지지 않았다.

이처럼 의도적으로 보크를 저지른 두 투수는 공통점이 있다.

팀이 2점 차 이상으로 앞선 연장전이었고, 1점 이하로 막으면 승리하는 경기였다.

메이저리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팀당 60경기만 치른 지난해 무제한 연장전 대신 승부치기를 도입했다.

올해도 주자를 2루에 놓고 시작하는 승부치기가 이어졌다.

사실 2점 차 이상의 리드를 등에 업고 마운드에 오른 투수라면 주자가 2루에 있건 3루에 있건 큰 차이는 없다.

오히려 이점이 많다.

무엇보다 주자가 2루에 없으면 포수 사인을 들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해 메이저리그를 강타한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사인 훔치기' 파문의 최대 피해자인 다저스는 신경을 안 쓸 수 없는 문제다.

미국 CBS스포츠는 "휴스턴의 사인 훔치기가 들통난 이후 2루 주자의 포수 사인 염탐 문제를 두려워하는 구단들이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주자가 2루가 아니라 3루에 있으면 도루를 신경 쓰지 않고 와인드업을 크게 할 수 있다.

2년 전 다저스 마무리투수 켄리 얀선은 고의 보크로 주자를 2루에서 3루로 보내 큰 화제를 부른 적이 있다.

5-3으로 앞선 9회말 얀선은 아웃카운트 2개를 잡은 뒤 보크를 저질렀다.

얀선은 1점을 실점할 확률이 높아질지언정 2루 주자가 포수 사인을 훔쳐보지 못하도록 하는 게 더 중요했다.

얀선은 결국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채우고 1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