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관심사가 1차 접종에서 부스터샷(추가 접종)으로 옮아가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신규 접종 수요가 줄어드는 반면 부스터샷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미국 유럽 등 백신 접종률이 높은 선진국에선 이미 부스터샷이 최대 화두로 떠올랐고 국내에서도 4분기부터 부스터샷이 시작된다.

제넥신이 자체 개발 중인 DNA 기반 코로나19 백신(GX-19N)을 부스터샷용으로 전환하기로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제넥신은 임상 2·3상 시험 전략을 수정해 1차 접종용이 아니라 부스터샷 용도로 임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임상 대상을 ‘건강한 사람’에서 ‘중국 백신인 시노백·시노팜 백신 접종 후 3개월이 지난 사람’으로 바꿨다. 인도네시아에서 시작해 아르헨티나 등으로 시험 지역을 확대해 1만4000명에게 2회씩 투약할 계획이다.

제넥신이 개발 방향을 튼 것은 시장 상황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에 이어 개발도상국에서도 시간이 흐르면 신규 접종 수요가 줄어들고 부스터샷 수요는 늘어난다.

여기에 제넥신이 주력 시장으로 삼고 있는 동남아와 남미에 시노팜 시노백 등 불활성화 백신이 주로 공급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들 지역은 화이자, 모더나 등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을 들여오는 데 필요한 초저온 운송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탓에 시노팜과 시노백을 들여왔다. 하지만 시노팜, 시노백이 돌파감염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들 지역의 부스터샷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에 따르면 시노팜 접종자의 돌파감염으로 인한 사망률은 0.46%로 화이자(0.15%), 아스트라제네카(0.03%) 접종자보다 높다.

다른 토종 백신 개발업체들도 부스터샷으로 전환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셀리드는 오는 10월 임상 2b·3상 시험계획을 신청할 예정이다. 셀리드 관계자는 “부스터샷 개발도 고려하고 있다”며 “얀센 백신처럼 1회 접종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만큼 부스터샷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바이오로직스도 개발 중인 백신을 부스터샷 용도로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날 임상 3상의 첫 환자 투약을 시작했다. 회사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세계보건기구(WHO) 인증과 국내 허가를 받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