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송혜교 인스타그램
사진=송혜교 인스타그램
캐나다에 사는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 ‘티카 더 이기(Tika the Iggy)’의 직업은 ‘패션 모델’이다. 인스타그램에서 110만 팔로어를 거느린 티카는 ‘세계에서 가장 옷 잘 입는 강아지’로 인기를 얻고 있다. 샤넬 목걸이 등 명품은 물론 발레리나 스커트, 파티복, 트레이닝복 등 다양한 옷을 입고 스타일을 뽐낸다.

팬데믹이 낳은 명품 선호 트렌드가 반려동물 용품으로까지 번졌다. 반려동물도 가족이란 인식과 소셜미디어 확산이 맞물리면서 반려동물 용품이 고급화하는 추세다. 이런 트렌드 속에 인스타그램 등에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도그 인플루언서’도 탄생했다. 대표적인 예가 티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티카와 같은 ‘셀럽 도그’는 단순한 밈(meme: 인터넷에서 입소문을 타며 유행하는 이미지나 영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반려동물 의류와 액세서리 시장의 본격적인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110만 팔로어 거느린 ‘도그 인플루언서’

'패펫'은 샤넬을 입는다
129만원짜리 티파니 도그 보울과 펫 리시(목줄), 85만원짜리 프라다 하네스(가슴줄), 55만원짜리 펜디 코트….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판매하고 있는 ‘펫셔리’ 용품들이다. 명품업체들이 반려동물 용품을 판매하는 것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새로운 디자인 제품을 선보이는 등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반려동물용 명품패션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프라다는 지난 5월 반려견용 우비를 내놨다. 프라다의 시그니처 나일론 소재로 만든 레인코트다. 메탈 재질의 프라다 삼각 로고가 새겨져 있고, 탈부착 가능한 모자가 달려 있다. 펜디는 앞서 반려견용 코트를 선보였다. 펜디의 갈색 F 로고가 가득 새겨진 코트다. 고가 패딩으로 유명한 몽클레르도 반려견용 패딩을 판매 중이다. 가격은 모두 50만~60만원대. 펜디 코트는 배우 송혜교 씨가 자신의 애견과 함께 소셜미디어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에르메스는 반려견을 위한 보울을 출시했다. 오크 나무로 만든 이 보울의 가격은 1125달러(약 130만원)다. 글로벌 명품 보석 브랜드인 티파니도 도그 보울과 간식용 단지, 펫 칼라(목줄)와 여기에 달 수 있는 다양한 참(액세서리)을 판매하고 있다.

반려동물용 명품 화장품도 ‘인기’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판매하는 이탈리아 화장품 브랜드 산타 마리아 노벨라는 반려동물을 위한 펫 컬렉션을 판매한다. 강아지 샴푸(250mL·4만5000원), 해충 접근 방지 기능을 갖춘 로션(50mL·5만7000원) 등은 고가임에도 잘 팔린다. 올 들어 7월까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5% 급증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자극이 적은 자연 유래 성분을 함유한 제품으로 입소문이 났다”며 “1년치 예상 판매 물량이 이달 초 모두 소진돼 추가 수입 물량을 150% 늘려 매장에 긴급 투입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용 패션시장이 급성장하는 것은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반려동물 인구는 1500만 명에 달한다. 코로나19 이후엔 재택근무 등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반려동물 입양이 증가했다. 미국에선 ‘팬데믹 퍼피’란 신조어도 생겨났다.

무엇보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가 반려동물 패션시장을 키우고 있다. 반려동물도 가족이란 인식과 소셜미디어 확산이 맞물린 결과다. 광고기업 이노션이 소셜미디어를 토대로 반려동물용품 소비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펫셔리’ ‘펫부심’ 등의 키워드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펫셔리는 반려동물용 명품, 펫부심은 반려동물에 대한 자부심 등을 의미한다.

반려동물용 패션시장은 앞으로 수년간 큰 폭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은 글로벌 반려동물 패션시장 규모가 올해 280억달러(약 32조7000억원)에서 2023년 320억달러(약 37조4000억원)로 2년간 약 14%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