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선 앞두고 근육 경련에 탈진…쓰러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완주
[올림픽] '넘어졌어도 다시 달린' 최경선 "꼭 완주해야 한다는 생각에…"
특별취재단 = 최경선(29·제천시청)은 결승선 600m를 남기고, 도로 위에 쓰러졌다.

의료진이 달려와 최경선의 상태를 살폈다.

근육 경련이 일어나고, 탈수 증상도 있었지만 최경선은 다시 일어나 달렸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에야 최경선은 휠체어에 올라 휴식 장소로 이동했다.

최경선은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마라토너에게 최소한의 목표는 완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시는 국민들께 꼭 다시 일어나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최경선은 '달리는 게 두려웠던' 트라우마를 극복했고, 많은 팬에게 감동도 안겼다.

최경선은 7일 일본 삿포로 오도리 공원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육상 여자 마라톤 경기에서 2시간35분33초로 34위에 올랐다.

이날 경기는 무더위를 조금이나마 피하고자 경기 시간을 오전 7시에서 6시로 변경했다.

선수들은 6일 오후 7시에 '경기 시간 변경'을 통보받았다.

최경선은 "너무 갑자기 경기 시간이 바뀌어서 당황하긴 했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덜 더운 시간에 뛰자'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며 "그런데 오전 6시에 뛰어도 더웠다.

정말 생애 가장 힘든 레이스였다"라고 떠올렸다.

여자 마라톤 출발 시간, 삿포로 기온은 섭씨 25도였다.

결승선을 통과할 때는 30도 가까이 기온이 올랐다.

덥고 습해서 마라토너들을 더 힘들게 했다.

이날 88명의 마라토너가 출발선에 섰고, 73명이 결승선을 통과했다.

15명은 레이스를 마치지 못했다.

[올림픽] '넘어졌어도 다시 달린' 최경선 "꼭 완주해야 한다는 생각에…"
최경선에게도 완주를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있었다.

결승선 600m 앞에서 근육 경련이 왔고, 최경선은 도로 위에 누웠다.

잠시 시간을 보낸 뒤 최경선은 "그래도 완주해야 한다"고 몸을 일으켰다.

다리 통증이 이어지고, 탈수로 힘겨웠지만 600m를 더 뛰었다.

최경선은 결승선을 통과한 뒤에야, 휠체어에 몸을 맡겼다.

최경선은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2시간30분대 진입'을 현실적인 목표로 정했다.

실제 기록은 2시간35분33초였다.

목표보다 5분 가까이 더 빨리 뛰었다.

최경선은 "만족할 수 없다.

기록을 더 당길 수 있었는데 근육 경련이 일어나서 도로 위에서 시간을 허비했다"고 곱씹었다.

하지만 최경선의 투혼에 많은 팬이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최경선도 이번 올림픽에서 얻은 게 많다.

그는 2020년 3월 훈련을 하다가, 도로가 파인 곳에 발이 들어가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최경선은 "1년 반 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달리는 게 두려웠다.

'내가 도쿄올림픽에서 뛸 수 있을까'라고 의심하며 보냈다"고 털어놓으며 "오늘 정말 마라토너에게는 정말 힘든 날씨에, 경기 중 근육 경련이 일어났는데도 완주를 했다.

'다시 뛸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밝게 웃었다.

그는 "내년(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꼭 메달을 따고 싶다"며 "이제 트라우마를 떨쳐 냈으니 제대로 훈련할 수 있다"고 했다.

[올림픽] '넘어졌어도 다시 달린' 최경선 "꼭 완주해야 한다는 생각에…"
최경선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동메달리스트다.

그러나 시상대에는 오르지 못했다.

당시 아시안게임에서 김혜성(북한)은 2시간37분20초에 레이스를 마쳐 3위에 올랐다.

4위가 2시간37분49초를 기록한 최경선이었다.

그러나 김혜성이 금지약물 복용 혐의로 자격 정지 처분과 기록 삭제를 당했고, 최경선이 3위로 올라섰다.

최경선에게는 '불운한 순간'이 많았다.

2017년 런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35㎞ 지점에서 김혜성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

치아가 부러지고 입술이 터졌다.

그러나 최경선은 급하게 지혈한 뒤 다시 달렸다.

기록은 2시간45분46초로 좋지 않았지만, 최소한의 목표인 완주는 이뤄냈다.

도쿄올림픽에서도 대회를 앞두고 부상을 당하고, 레이스 중에는 근육 경련으로 쓰러졌다.

하지만 최경선은 늘 다시 일어나서 달렸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희망도 자신감도 자랐다.

최경선은 "도쿄올림픽을 치르면서 아쉬운 점이 더 많았다.

그래도 '준비를 더 잘하면, 아시안게임 메달, 국제 메이저대회 상위권 진입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한국 마라톤은 '대기만성형 선수' 최경선을 믿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