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송나라 명장 악비, '사막의 여우' 롬멜…'졌지만 잘 싸운' 원조 따로 있었네
역사는 패배자를 곁에 두지 않는다. 오로지 승자만 기억한다. 그러나 망각의 무덤에 묻히지 않고 오히려 ‘위대한’이란 수식어가 붙는 패배자들이 있다. 아테네의 혁신가 테미스토클레스, 송나라의 마지막 방패 악비, 러시아 혁명의 수호자 트로츠키, 사막의 여우 롬멜, 소련의 개혁개방을 이끈 고르바초프, 6·25전쟁의 진정한 영웅 매슈 리지웨이, 명나라를 세운 떠돌이 승려 주원장, 불세출의 명군 한 무제가 그들이다.

금나라의 침공으로부터 송나라를 구한 악비는 최일선에서 부하들과 같이 먹고 자며 백성의 삶까지 보살핀 명장이었다. 그토록 승승장구했지만 악비는 황제에게 배신당하고 만다.

비극의 주인공은 또 있다. ‘전술에서 이기고 전략에서 진’ 에르빈 롬멜은 적들마저 존경심을 가질 만큼 창의적인 전술을 펼친 리더였지만 아돌프 히틀러의 암살에 암묵적으로 가담했다는 이유로 나치에 의해 살해된다.

레온 트로츠키는 혁명가, 이론가, 군지휘관 등 모든 자질을 갖춘 뛰어난 인물이었다. 그러나 우호세력을 두지 않은 탓에 이오시프 스탈린과의 정치투쟁에서 패배한 후 이국땅에서 암살당한다.

오랫동안 리더들의 삶을 연구해온 저자는 이들을 덮어놓고 치켜세우진 않는다. 신돈, 카이사르, 오토 폰 비스마르크, 이순신, 이병철, 이나모리 가즈오 등 동서양의 리더들과 비교 분석해 장단점을 파악한다. 예를 들어 조국을 위기에서 구해냈지만 황제에게 배신당한 악비를 독일 통일을 일궈낸 비스마르크와 견주고 나아감과 물러남에 대해 다각도로 조명한다.

현대의 모든 조직은 리더십의 위기를 겪고 있다. 올바른 답을 찾기 위해 매 순간 결단을 내려야 하고, 한편으로 MZ세대를 문화적·조직적 충돌 없이 이끌어야 한다. 다양한 해법이 제시되고 있지만 막상 현실에 도입하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힘들기만 하다.

이럴 때 리더는 현장에서 어떻게 사고해야 하며 무엇을 기준으로 결정을 내려야 할까. 저자는 ‘왜 누군가는 승자가 되고, 누군가는 사라지는가’라는 의문 속에서 명확한 답을 찾으려 한다.

역사의 눈으로 보면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 인생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필연이 있고 그 사건에 승자와 패자가 있을 뿐이다.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패자는 승자에 못지않은 능력과 탁월함을 갖췄다. 단지 마지막 순간에 패배자였다는 사실만으로 그들의 가치를 폄하할 수는 없다. 최선을 다해 살아온 이들의 피와 땀을, 역사는 곁에 두고 오래 기억해야만 한다.

전장석 기자 sak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