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이 수출 호조세를 이어가면서 연간 기준 사상 최대 수출액과 최대 무역액을 달성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종전 연간 최대 수출액은 2018년 6048억달러였으며 연간 최대 무역액도 같은 해 1조1405억달러였다. 낙관적인 분위기가 우세하지만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 때문에 장담하기 힘들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물류비용 증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연간 수출액 신기록도 경신할까…델타 변이에 달렸다
정부는 하반기에도 세계 경제 및 교역 회복세가 뚜렷해 한국의 수출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세계 누적 교역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4% 증가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런 흐름에서 한국 수출도 늘고 있다. 한국의 올 1~7월 누적 수출액은 3587억달러로 역대 가장 많았다.

수출 단가 강세도 수출액 증대를 견인하고 있다. 반도체·석유제품 등의 수요 회복과 가격 상승이 맞물리면서 수출 단가는 9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했다. 정부는 이에 힘입어 올해 연간 최대 수출액 달성과 무역액 1조달러 회복을 목표로 삼고 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전망도 긍정적이다. 산업연구원, 무역협회, 현대경제연구원, 한국은행은 올해 연간 수출액 6000억달러와 무역액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가장 긍정적인 곳은 산업연구원으로, 연 수출액 6105억달러, 무역액 1조1764억달러를 예상했다. 가장 보수적인 무역협회도 올해 수출액이 전년보다 17.4% 증가한 6017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델타 변이가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골드만삭스는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해 하반기 미국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3분기와 4분기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각각 1%포인트 낮춰 8.5%와 5%로 제시했다.

그렇지 않아도 수출은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증가율이 낮아지는 추세다. 전년 동기 대비 수출 증가율은 4월 41.2%, 5월 45.6%, 6월 39.8%, 7월 29.6% 등으로 떨어지고 있다.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입액도 빠르게 늘고 있어 하반기에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7월 수입액은 536억7000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38.2% 증가했다. 월별 무역수지는 15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지만, 흑자 규모는 6월 44억5000만달러에서 7월 17억6000만달러로 줄었다. 무역수지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 4월 16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김경훈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원자재 가격 인상폭이 수출 단가에 반영되는 데 시차가 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무역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무역적자가 추세적인 것은 아니어서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