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유행 중의 개막 강행이라 꺼림직했지만 점점 도쿄올림픽에 시선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메달 소식이 기대만큼 잦지 않은데도 생중계에 맞춰 TV 앞에 앉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페어플레이’와 ‘상대에 대한 존중’ 등 올림픽 정신을 실천하는 MZ세대 선수단의 매력적인 행보가 연일 이어지고 있어서다.

은메달을 따고도 ‘성원에 못 미쳤다’며 고개를 숙이는 장면에 익숙할 만큼, 우리는 메달 색깔에 집착해온 게 사실이다. 그런데 도쿄올림픽 참가선수단과 관전하는 국민 정서가 예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짜릿한 승리 못지않게 최선을 다하고 깨끗이 결과를 인정하는 ‘패자의 품격’에 열광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태권도 이다빈 선수는 결승에서 졌지만 승자에게 ‘엄지척’으로 축하해줬다. 올림픽 역사에 기록될 ‘아름다운 한 컷’이었다. 태권도 간판 이대훈 선수도 노메달로 은퇴를 선언하면서도 승자의 등을 토닥이고 축하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유도 중량급 간판 조구함 역시 아쉽게 은메달에 그쳤지만 상대의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마음으로부터의 박수를 보냈다. 소위 가위바위보도 져서는 안 된다는 한·일전이었기에 훈훈함이 더했다.

페어플레이도 빛났다. 에스토니아와의 펜싱 단체전 결승에서 송세라 선수는 상대가 다리를 삐끗하자 반격하는 대신 경기 중단을 요청하는 스포츠정신을 발휘했다. 잠시 후 속개한 경기에서 반대로 송세라가 균형을 잃자 상대가 붙들어주는 멋진 장면이 연출됐다. 우리 선수단은 세계평화와 화합이라는 올림픽의 대의명분도 상기시켰다. 남자 양궁 단체전 금메달 획득 후 은·동메달의 대만·일본 선수들과 시상대에서 활짝 웃으며 단체 셀카를 찍은 장면은 올림픽의 존재 이유를 보여줬다.

MZ세대의 당당함은 기성세대의 일그러진 모습과 대비된다. 한 TV 해설자는 “우리가 원했던 (메달) 색깔은 아닙니다만”이라는 말로 성적지상주의를 드러냈다. 원전사고 장면이나 GDP·백신접종률을 보여주며 얄팍한 우월감을 즐기는 부끄러운 모습도 보였다. 승리에 집착해 상대를 적으로 대하는 살벌한 정치권이 특히 반성해야 한다. 대선 경선마저 ‘쥴리 벽화’ 소동 등 진흙탕 비방전이 난무하며 우리 사회의 품격을 추락시키고 있다. 의석수를 믿고 폭주하는 여당도 MZ세대발(發) 새 물결을 간과하다가는 감당 못 할 후폭풍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