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호재 있다" 꾀어 1천여명에 29필지 판매…2명 구속·28명 불구속
농지법은 범죄수익 몰수보전 대상 아냐…경찰, 법 개정 건의 예정
킨텍스 주변 농지 '지분쪼개기'로 400억대 챙긴 기획부동산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 주변 땅을 수년간 매입하고 이른바 '지분 쪼개기'를 통해 되팔아 400억대의 차익을 챙긴 기획부동산 일당이 구속됐다.

"GTX 등의 개발 호재가 있다"는 말에 넘어가 이들에게서 땅을 사들인 사람은 1천여명이나 됐다.

경기북부경찰청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기획부동산 운영자 A(48)씨와 영업사장 B(51)씨를 농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또 범행에 가담한 임직원 28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2013년 3월 서울 강남구에 '부동산 매매업' 목적의 법인을 설립한 뒤, 최근까지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 주변 농지 29필지(6만7천747㎡)를 여러 차례에 걸쳐 163억원에 매입, 1천23명에게 되팔아 약 416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163억원의 농지 매입 자금에는 이들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자산도 있었지만, 70∼80% 이상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은 돈이었다.

400억대의 차익 중 대출금과 사무실 운영비, 인건비 등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을 A씨와 B씨가 가져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들은 2년마다 속칭 '바지사장'을 바꿔가며 A씨와 B씨의 존재를 외부에 철저히 숨겼으며, 물건지 선정부터 개발 호재 자료 수집까지 철저히 하는 등 조직적이고 기업화된 운영체계를 갖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일반법인 명의로는 농지를 취득할 수 없다는 사실에 임직원들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는 식으로 농지들을 사들였다.

농사를 지을 것처럼 농업경영계획서 등을 제출해 관계 당국을 속인 뒤 취득한 농지는 최소 수 개월 이내에 공유 지분 형태로 일반인에게 다시 팔렸다.

예컨대 4천㎡ 규모의 한 필지는 일반인 65명에게 지분을 쪼개 팔았다.

한 사람당 수천만원씩을 냈다.

일반인 1천여명은 영업사원이나 텔레마케터의 "GTX 역사 개발, 킨텍스 제3전시장 건립, 방송영상밸리 설립 등의 호재가 많은 지역이다"라는 말에 땅을 사게 됐다고 경찰에 털어놨다.

이들이 주장한 호재 자체는 없는 얘기가 아니었으나, 땅들은 전부 여전히 농지여서 실제 개발 이익을 얻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농지가 부동산 투기의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조직적이고 기업화된 기획부동산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면서 "농지 부동산 투기의 수익이 몰수보전 대상에 포함되도록 법 개정도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등 특별법'에 농지법 위반 범죄가 '특정범죄'로 규정돼 있지 않아 이들의 범죄 수익은 몰수보전 대상이 아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농지를 공유지분으로 매입하면 경계 표시가 없어 농사를 짓기 어렵고 다시 파는 것에도 지분 공유자 모두가 동의해야 하는 등의 제약이 있어 결국 휴경지가 되기 쉽다"면서 "그렇게 되면 행정 관청에서 농지 처분 명령을 내리게 되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도 있는 만큼 반드시 매입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킨텍스 주변 농지 '지분쪼개기'로 400억대 챙긴 기획부동산
한편, 지난 3월 출범한 경기북부경찰청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이들을 포함해 210명(22건)을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7호선 연장선 역사 예정 부지에 40억대의 부동산을 사들여 구속된 포천시청 공무원 등 공무원 9명,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 직원 1명, 기획부동산·영농법인 임직원 42명, 고양 창릉지구·남양주 왕숙지구 등에 투기한 일반인 158명 등이다.

또 경찰은 기초의원과 LH 전 직원 등 57명(24건)에 대해 내사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