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의 공모주 청약에 약 58조3020억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지난해 10월 상장한 하이브(58조4238억원)에 이어 국내 기업공개(IPO) 역사상 다섯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은행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투자자들이 청약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뱅크 공모주 청약에 58.3조 몰렸다

10주 청약 시 최대 7주 받을 듯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부터 이틀 동안 4개 증권사에서 진행한 카카오뱅크의 청약에 약 58조3020억원의 증거금이 들어왔다. 평균 청약 경쟁률은 183 대 1이었다. 가입자가 많은 한국투자증권이 207 대 1로 가장 높았고 현대차증권(178 대 1) KB증권(168 대 1) 하나금융투자(167 대 1) 순으로 나타났다. 4개 증권사에 약 186만 건의 신청이 접수됐다. 지난 5월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세운 역대 최대 기록(80조9017억원, 474만4557건)을 넘어서지 못했다. 중복 청약이 금지돼 여러 증권사에 동시에 청약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날 카카오뱅크의 목표주가를 공모가보다 약 40% 낮은 2만4000원으로 제시한 리포트가 나온 것이 청약 열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균등 배정 주식을 노린 투자자는 최대 7주를 받을 수 있다. 최소 청약 수량인 10주를 청약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주식은 현대차증권 6주, KB증권 5주, 하나금융투자 4주, 한국투자증권 3주다. 여기에 추첨을 통해 추가로 1주씩 돌아간다.

이번 청약에서는 계좌당 평균 3076만원의 증거금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별 차이는 있지만 평균 700만원을 증거금으로 넣었을 때 비례 배정 주식 1주를 받을 수 있다. KB증권에 1억원을 넣었다면 균등 배정 주식 5주에 비례 배정 주식 14주 등 약 20주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우리사주조합 청약률이 97.4%로 약 34만 주의 실권주가 발생했다. 미달 물량이 일반 청약 몫으로 넘어가면서 개인투자자에게 배정되는 주식이 1~2주 늘어날 수 있다.

상장 직후 5조원어치 풀려

증권가는 카카오뱅크가 상장 첫날 ‘따상’(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에 형성된 뒤 상한가)을 성공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모가 기준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18조5289억원이다. KB금융(21조7000억원) 신한지주(19조8000억여원)에 이어 단숨에 금융지주사 3위에 오르게 된다. 따상하면 시가총액이 4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기관투자가가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기로 약속하는 의무보유확약 비중이 낮다는 점도 주가 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전체 공모 주식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는 해외 기관투자가의 의무보유확약 신청 비율은 13.4%에 불과했다. 상장 당일 유통 물량의 27%인 5조원어치(1억2832만5645주)가 풀릴 예정이다. 시세차익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 주가를 끌어내릴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다음달 6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전예진/김진성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