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민요 '카추샤' 선택했다가 거절당해 차이콥스키 음악으로 결정

[올림픽] 시상식에 차이콥스키 선율이?…국가 연주 없는 러시아의 '슬픔'
특별취재단 = 도핑 샘플 조작으로 2022년까지 올림픽에서 국기(國旗)와 국가(國歌)를 사용할 수 없는 러시아 선수들이 도쿄올림픽을 맞아 러시아 출신의 대작곡가 표트르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선율로 금메달의 기쁨을 대신하고 있다.

27일 오전 일본 도쿄 아쿠아틱 센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100m 배영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러시아의 예브게니 일로프와 은메달을 따낸 클리멘트 콜레스니코프는 동메달을 차지한 미국의 라이언 머피와 함께 시상대에 올랐다.

경기장에는 우승을 차지한 일로프의 조국인 러시아 국기 대신 올림픽 마크에 흰색-파랑-빨강 횃불이 그려진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깃발이 올랐다.

더불어 러시아 국가 대신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이 흘러나왔다.

2018년 평창올림픽과 마찬가지로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러시아 출신 선수들은 '러시아'라는 국가명을 사용하지 못한다.

러시아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도핑 테스트 결과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2017년 1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회원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 때문에 러시아 선수들은 2018 평창올림픽 때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 자격으로 출전해야만 했다.

앞서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2019년 12월 러시아가 도핑 샘플을 조작했다고 결론 내리고 4년 간 주요 국제 스포츠대회 참가 금지를 결정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이를 바탕으로 러시아가 국가 자격으로 2022년 12월 16일까지 주요 국제 스포츠대회 참가할 수 없도록 했다.

[올림픽] 시상식에 차이콥스키 선율이?…국가 연주 없는 러시아의 '슬픔'
결국 러시아 선수들은 도쿄올림픽에 러시아올림픽위원회 소속으로 출전하게 됐다.

2018 평창올림픽 당시 시상식에 '올림픽 찬가'를 들어야 했던 러시아 선수들은 도쿄 무대에서는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으로 '국가'를 대신하고 있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애초 도쿄올림픽에서 러시아의 전통 민요인 '카츄사(Katyusha)'를 사용하겠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CAS에 유권해석을 의뢰했고, CAS는 '카츄사'가 러시아 색채가 강한 민속 음악이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그러자 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다시 제안했다.

CAS는 차이콥스키가 비록 러시아 출신 작곡가이지만 그의 음악은 세계 음악 유산의 일부라고 인정하면서 시상식 음악은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으로 결정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