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기억공간' 철거절차 돌입…두차례 면담시도 무산(종합)
서울시가 26일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위해 광장에 있는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작업에 나선 가운데 유족 측과 서울시 간 입장이 오전 내내 평행선을 달렸다.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김혁 서울시 총무과장은 이날 오전 7시 20분께와 오전 11시 2분께 2차례 기억공간을 방문했다.

유족 측은 두 차례 모두 면담을 거부했다.

김 과장은 첫 방문에서 4·16연대 김선우 사무처장을 만나 철거 관련 협조 공문을 전달하고 유족과 면담하려고 했으나 유족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빈손으로 돌아갔다.

김 과장은 취재진과 만나 "서울시에서는 가족들에게 전시물을 이관하고 반출되기를 협조 요청하는 문서를 갖고 왔으나 받지 않겠다고 해, 공문 요지를 구두로 말씀드렸다"며 "오늘 중으로 철거할 것이고 최대한 몸싸움 없이 원활하게 되도록 설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애초 공사 시행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설치 당시부터 정해진 것으로, 예정됐던 행정 처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지금 시점에서 뒤엎을 순 없다"며 "정해진 행정절차는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과장이 오전 11시께 재차 방문하자 유족 측은 "오늘이 철거 예정한 날이기 때문에 서울시에서 계속 찾아오는 것이 세월호 가족들 입장에서는 압박으로 느껴진다"고 항의했다.

이에 김 과장은 이해한다면서도 "저희 입장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걸 고려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대응했다.

유족 측은 김 과장에게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현장에 와서 가족들과 대화할 것을 요구했다.

유족과 대화 이후 김 과장은 '강제철거도 염두해두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해와 설득을 통해 최대한 철거하려고 한다"며 "(이해와 설득이) 안 된다는 전제로 말씀드릴 수 없고 현재는 그렇게 노력하고 있다"며 강제철거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또 김 과장은 유족 측이 요구하는 기억공간 보존 관련 논의를 위한 협의체나 태스크포스(TF) 구성 논의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4·16연대 관계자는 "협의체 구성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자는 유족의 입장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이날 기억공간이 있는 광화문 광장에는 오전 7시가 되기 전 이른 시간부터 기억공간 철거를 요구하는 우파 유튜버 10여명이 모였다.

일부는 확성기를 들고 소리치거나 차도에서 진행되는 촬영을 제지하는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오전 9시 10분께 세월호 유족 10여명과 지원을 위해 온 시민단체 활동가 10여명이 등장하자 유튜버들은 야유를 퍼부으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일부는 유족들이 모여있는 기억공간 쪽으로 세워진 펜스 너머로 촬영을 하려다 제지당하기도 했다.

경찰은 양측의 충돌을 막기 위해 폴리스라인을 세우고 광화문 광장 내부로 가는 길목을 막고 유족과 세월호 지원단체, 취재진 등의 입장만 허용했다.

앞서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재조성 공사를 앞두고 지난 5일 유족 측에 세월호 기억공간에 대한 철거를 통보했으며, 전날까지 기억공간에 있는 사진과 물품 등을 정리해달라고 요구했다.

서울시가 밝힌 기억공간 철거 시한은 이날까지다.

유족 측은 이에 반대하며 현장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절차 돌입…두차례 면담시도 무산(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