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희생자인 고(故) 정종율 상사의 부인 정경옥씨가 암 투병 끝에 별세한 소식이 알려진 22일, 빈소가 마련된 인천 청기와장례식장에는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조문객들은 유일한 유족인 아들 정모군이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인 어린 나이에 부모를 모두 여의게 된 사실에 침통해 하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교복 대신 졸지에 상복을 입게 된 정군은 슬픔을 억누르는 표정으로 조문객을 맞이하며 의연하게 빈소를 지켰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이날 빈소에서 정군을 만나 "자랑스러운 아버님을 두셨는데 나라의 일꾼이 되길 바란다"며 "나라를 위해 헌신하다가 돌아가신 아버님, 호국영령, 애국열사분들을 정부가 더 잘 챙기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역시 이날 빈소를 찾아 "국가가 아버지에게 빚진 게 많기 때문에 국가에서 지원받을 수 있도록, 마음 다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자녀들이 특혜는 아니더라도 올바르게 꿈을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조언하고 격려하는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밖에도 신원식·김웅·이명수·박대출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20여명이 빈소를 방문해 상주에게 위로를 전했다.
정씨의 별세 소식은 천안함 폭침 당시 함장이었던 최원일 예비역 대령이 지난 21일 자신의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사연을 전하며 도움을 호소해 알려졌다.
최 대령은 페이스북에서 "천안함 전사자의 부인께서 40대의 나이에 암 투병 중 소천했다"며 "막 고등학교에 입학한 생때같은 고교 1학년 아들 하나만 세상에 두고 눈도 제대로 못 감고 돌아가셨다"고 전했다.
이어 "2010년, 6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오늘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기댈 수 있었던 어머니까지 잃었다.
어울리지 않는 상복을 입고, 미성년 상주가 돼 눈물 흘리며 어머니의 마지막을 지키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도움을 요청 드린다"며 정군의 계좌번호를 알렸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정계에서는 정군을 위로하며 용기를 잃지 말아 달라는 메시지가 잇따랐다.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날 SNS에서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밝힌 뒤 빈소를 찾아 조문했고,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SNS에서 "아버님에 이어 어머님까지 떠나보내 드린 17세 아드님의 큰 슬픔에 위로의 말을 찾기조차 어렵다"고 심경을 전했다.
해마다 천안함 희생 장병의 넋을 기려 온 유승민 전 의원은 "홀로 남겨진 고인의 아들과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조의를 표했다.
국가보훈처는 홀로 남게 된 정군에 대해 유족 보상금과 학비 등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보훈처는 이날 '공지'를 통해 "미성년 자녀가 19세가 될 때까지 고인에게 지원됐던 유족보상금을 지급하고, 이후 성년이 되면 조부모에게 지급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자녀의 진학에 따른 학비는 현재 고교뿐 아니라 대학교까지 등록금 면제와 학습보조비가 지급된다"며 "졸업 이후에는 취업 지원 대상으로, 보훈특별고용 및 취업수강료 등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보훈처는 "현 제도상 다각적인 지원을 통해 자녀가 성년으로 성장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