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비트코인 채굴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이 비트코인 거래와 채굴을 엄격히 금지하며 연일 ‘비트코인 때리기’에 나서자 채굴업자들이 미국으로 몰리는 모양새다.

17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미국의 비트코인 채굴량은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량 중 17%에 달하면서, 미국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비트코인 채굴지로 떠올랐다. 지난해 9월에 비해 약 2.5배 급증한 수치다.

한때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량 중 75.5%를 생산할 정도로 비트코인 채굴의 성지였던 중국의 비트코인 채굴 비중은 46%로 쪼그라들었다. 중국 채굴 업체들이 당국의 규제를 피해 ‘대탈출’을 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 비중은 더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떠난 중국 업체들이 미국, 캐나다로 몰리면서 북미의 비트코인 채굴량은 2022년 말에는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량 중 40%에 달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에너지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면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얻을 수 있다. 이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비트코인을 채굴하면 탄소배출권을 획득할 수 있고 자유롭게 팔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뜻밖의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유동성이 풀리자 비트코인 채굴 업자들이 손쉽게 자금을 빌려 채굴 장비에 투자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생산된 채굴 장비 대다수가 미국과 캐나다로 운송됐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