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은행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미래 투자와 인재 유치를 위해 많은 비용을 쓴 것으로 분석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대형 은행들의 올해 2분기 비용 지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66억달러(약 7조5000억원)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10% 증가한 규모다.

지난주 JP모간체이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등 5개 대형 은행은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유례 없는 코로나19 여파로 관련 사업에 대한 추가 비용이 급증한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백신 접종 확산과 경제 정상화 등에 따라 대형 은행들도 지출 규모를 줄였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은행들이 전방위 생존 경쟁을 펼치면서 오히려 씀씀이를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임금 인상 경쟁을 벌이는가 하면 정보기술(IT) 등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에도 돈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FT는 “5개 대형 은행의 비용 지출 증가세가 애널리스트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고 했다.

심지어 지출 증가세는 수익 증가율을 크게 압도했다. 5개 대형 은행의 지난 2분기 매출은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같은 기간 비용 지출은 21% 늘었다. FT는 “은행들이 작년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수요가 급증하고 디지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관련 지출을 더 늘려야 했다”고 설명했다.

오토노머스리서치의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인 브라이언 포런은 “은행들은 핀테크 업체에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계속 관련 지출을 늘려야 하고, 이는 은행주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