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 사흘째였던 지난 14일 오후 8시께. 서울 남산 팔각정에서 남산공원 순찰대원이 서툰 영어로 소리치자 계단에 앉아 맥주를 마시던 외국인 5명이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서울의 대표적 야경 명소 남산 팔각정에는 평일인 이날에도 밤 풍경을 즐기러 나온 이들이 많았다.
오후 6시 이후에는 3명 이상 모이면 안 된다는 지침에 따라 대부분 2명씩이었지만, 마스크를 벗거나 서너 명씩 모여 사진을 찍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순찰대원 A씨는 "방문객이 5분의 1 정도로 줄었지만 술을 마시거나 마스크를 벗는 사람은 꾸준하다"면서 "이 산꼭대기까지 단속이 있을 줄은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야경 명소 여의도 한강공원도 사정은 비슷했다.
16일 오후 7시께 거센 소나기가 내렸지만, 비가 그치자 유람선 선착장 일대는 이내 붐볐다.
현장점검반을 3시간 동안 따라가 보니 마스크를 벗은 채 돌아다니거나 3명 이상 모인 사례가 20건 이상 적발됐다.
오후 10시 이후 술을 마시다 적발되는 경우도 하루 10건 이상이라고 한다.
적발된 이들 대부분은 "몰랐다"는 반응을 보이며 마스크를 쓰거나 공원 밖으로 나갔지만, 일부는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교복을 입은 채 모여 있던 학생 4명은 "공원 밖으로 나가달라"는 순찰대원에게 "어쩌라는 거냐"며 욕설을 내뱉었다.
순찰대원은 "이곳 이용객 중에는 10대가 특히 많다"면서 "학원 다니느라 바빠 몰랐다고 하면 계도로 끝내는데 욕을 하거나 안 나가고 버티면 솔직히 당혹스럽다"고 했다.
거리두기 강화로 순찰 강도가 높아지자 담당 부서의 인력난과 피로도 커지고 있다.
서울 중부공원녹지사업소 관계자는 "질서팀 직원 18명이 4교대로 남산공원·낙산공원·간데메공원·중랑장미공원 4곳을 순찰해 일손이 달린다"면서 "다른 팀 직원까지 동원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홍식 한강사업본부 여의도안내센터장은 "지난 한 주 동안 매일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단속하고 있어 직원들의 피로도가 상당히 누적됐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남은 일주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을 끝낼 분수령이라며 시민들의 인내를 당부했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야외라도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하거나 음식을 먹으면 감염 위험이 크고, 20·30대는 활동 반경이 넓어 감염되면 직장과 가족에 전파할 우려도 높다"면서 "거리두기 4단계를 빨리 끝내려면 시민들의 방역수칙 준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