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거주 청년 1인가구도 폭염 취약계층…지원 정책 필요"
'지옥고' 더위를 아시나요?…단칸방 청년들의 여름나기
서울의 한 대학 인근 고시원에 사는 취업준비생 A(26)씨는 겨울밤보다 여름밤이 더 힘겹다.

창문조차 없이 침대와 책상 하나가 겨우 들어가는 월 20만원짜리 방 한 칸에서 여름이면 밤마다 더위와 사투를 벌여야 한다.

에어컨이 없어 건물 공용 냉방시스템에 기대야 하는데, 그마저도 가동시간이 정해져 있어 더위를 식히기에는 부족하다.

A씨는 17일 "겨울에는 추우면 전기장판을 켜고 두꺼운 옷을 껴입으면 되지만, 여름에는 피할 곳이 없다"며 "전에는 24시간 카페라도 있었는데 요즘에는 밤 10시면 영업을 마쳐 꼼짝없이 방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갈 곳이 없어진 상황에서 폭염까지 겹치자 이른바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혼자 사는 청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옥고'가 아니더라도 도시 청년들의 주요 거주공간인 원룸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에어컨이 있더라도 냉방비 걱정으로 마음껏 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룸에 사는 대학생 김모(25)씨는 "전기요금이 많이 나올까 봐 보통은 선풍기를 튼다"며 "그동안 낮에는 시원한 곳을 찾아 나갔는데 요즘은 코로나19로 집에서 버틴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청년 1인 가구도 폭염 취약계층으로 보고 이들을 위한 정책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한국도시설계학회지에 실린 '폭염 취약성이 수도권 청년 1인 가구 분포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서 연구진은 "폭염 취약계층을 향한 관심은 노인과 질환자에 집중돼 청년 1인 가구는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데도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다"고 지적했다.

또 "청년 1인 가구처럼 주거 수준이 열악하고 경제적 불안정과 결혼에 대한 불안이 있는 집단도 취약계층으로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은 섭씨 약 30도부터 온열질환자가 증가해 폭염 피해와 무관하지 않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수도권 청년 1인 가구는 도심 거주를 선호하고, 인구밀도가 높은 곳에 주로 사는 경향이 있어 실제로 폭염 취약성이 큰 지역일수록 청년 1인 가구 거주 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고령자·장애인·유아 등과 함께 청년 1인 가구도 폭염에 피해를 받는 계층으로 인식해 공공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며 청년 밀집지역에 적합한 도시 인프라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도서관 등 공공시설 운영이 중단되면서 청년층 등 취약계층이 입는 피해를 고민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주거 취약계층은 집의 기능을 다른 외부 공간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공공이 운영하는 공간의 책임성을 좀 더 발휘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옥고' 더위를 아시나요?…단칸방 청년들의 여름나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