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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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까지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 1위에 올라 있던 테슬라가 투자자 ‘쇼핑 리스트’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1년7개월 만에 해외주식 순매수 상위 50위권 밖까지 밀려나자 ‘테슬라 엑소더스’가 시작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테슬라의 자리를 꿰찬 종목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테슬라 믿음 깨졌나

1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해외주식 투자에 나선 서학개미는 이달 들어 지난 14일까지 테슬라 주식을 5242만달러(약 598억원)가량 순매도했다. 예탁원에서 공개하는 해외주식 매수 50위권에서도 제외됐다. 월간 기준 2019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올 상반기에만 17억1482만달러(약 1조8573억원)를 순매수하며 테슬라에 푹 빠졌던 투자자들이 차갑게 돌아선 셈이다.

테슬라는 최근 1년 새 줄곧 1위 자리를 지켰다. 작년 5월(6위) 이후 14개월 동안 순매수 1위 자리를 놓친 달은 작년 9월(2위)이 유일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변화가 감지됐다. 상반기 수익률이 마이너스(-3.68%)를 기록하자 테슬라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지난달 테슬라 순위가 35위까지 추락한 이유다.

서학개미 포트폴리오에서 여전히 테슬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현재 국내 투자자의 테슬라 보유 잔액은 90억1753만달러(약 10조2890억원)에 달한다. 테슬라에 대한 전문가 평가는 엇갈린다. 여전히 고평가된 주식이란 부정적인 시선과 자율주행 기술 등 독보적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높은 성장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 공존하고 있다. 국내외 증권사가 내놓는 테슬라 목표주가가 수백달러까지 격차가 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달 말로 예고된 ‘AI데이’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청사진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할 경우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인 대신 너구리?

올 하반기 들어 테슬라 대신 순매수 1위에 이름을 올린 종목은 아마존이다. 5302만달러(약 605억원)가량을 사들였다. 2위는 알파벳(구글)이 차지했다. 뉴욕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S&P500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스파이더(S&P DEPOSITORY RECEIPTS·3위), 나스닥100지수를 따르는 인베스코 트러스트 QQQ(5위)도 서학개미 쇼핑 목록 상위권에 포진했다.

대표적인 코로나19 피해주로 분류됐던 크루즈 선사 카니발(7위)은 지난달 순매수 1위인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8위)를 제쳤다. 이달 들어 주가가 14.34% 빠졌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됐던 크루즈 운항이 재개되면서 반등 가능성에 투자자가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지난달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통해 나스닥에 우회 상장한 핀테크 기업 소파이도 10위 안에 들었다.

암호화폐가 주춤한 탓에 한탕을 노린 ‘도박 개미’들이 3배 레버리지 상품에 몰려들기도 했다. 이달 순매수 10위에 오른 마이크로섹터 US 빅오일 3X레버리지 ETN(NRGU)이 대표적이다. 국내 투자자가 티커(NRGU)를 보고 너구리라고 별명을 붙인 종목이다. 원유 10대 주식(엑손모빌 셰브론 등 대형 원유에너지 기업)이 수익을 거둘 때 3배 수익을 얻는 고위험 상품이지만 투자자가 대거 몰렸다.

성준석 KTB자산운용 매니저는 “테이퍼링,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서 고평가된 테슬라 대신 가격 대비 성장성이 남아 있다고 판단되는 아마존, QQQ와 같은 대형 성장주로 서학개미가 이동한 모습”이라며 “카니발이 순위권에 포함된 것은 국내와 달리 미국 내에서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크지 않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