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을 앞둔 카카오뱅크가 기업가치 산정을 위해 고른 비교 기업이 사업 유사성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진단이 나왔다.
카카오뱅크는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국내 은행을 비교 대상에서 제외해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불거졌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5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비교 회사는 대상 기업과 유사한 기업으로 선정돼야 한다"며 "그러나 카카오뱅크 비교 회사 선정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PBR이 높은 회사 선정을 위해 사업 유사성이 떨어지는 해외 기업을 물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발생한다"고 평가했다.
카카오뱅크는 비교 기업으로 미국 소매여신 플랫폼 로켓 컴퍼니, 러시아 디지털 은행 틴코프 뱅크의 최대주주인 TCS홀딩, 스웨덴 디지털 금융 플랫폼 노르드넷, 브라질 핀테크 업체 패그세구로 등 4곳을 제시했다.
비교 기업을 은행에서 1개, 은행이 아닌 재산관리·데이터 및 거래 처리장치·모기지금융 산업별로 1개씩 선정한 것부터 사업 유사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정 연구원은 지적했다.
카카오뱅크는 기업가치 산정에 전통적인 금융주 평가 방식인 주가순자산비율(PBR) 방식을 사용했다.
이어 정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국내 은행이기 때문에 국내 대형 은행 대비 7∼12배 높은 PBR을 제시하는 공모가 범위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해외에서 영업하는 회사와의 비교도 영업과 규제 환경이 다르기에 부적절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카카오뱅크의 적정 비교회사로 국내 은행인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를 제시했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도 이날 보고서에서 "주간사는 비교 기업들의 평균 PBR을 이용해 카카오뱅크 기업가치를 산출했는데, 비교 대상은 핀테크 기업으로 선정하되 평가 방식은 전통적인 은행 평가 방법인 PBR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모바일과 온라인을 기반으로 금융 사업을 하는 점은 비교 기업들과 카카오뱅크가 비슷하지만, 예금과 대출 서비스를 바탕으로 기타 부가 서비스를 추가하는 카카오뱅크와 이들의 사업은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특히 비교 기업 4개사 중 로켓컴퍼니와 차이가 가장 크다고 그는 설명했다.
로켓컴퍼니 제외 3개사는 사업 비중 차이는 있어도 은행 라이선스를 갖고 디지털 은행 서비스를 하는데, 로켓컴퍼니는 모기지 중심 대출 서비스를 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 측은 비교 기업 선정에 모바일 기반 비대면 영업이라는 사업 특수성, 높은 월간활성이용자수(MAU) 기반 금융 플랫폼 역량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내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카카오뱅크의 공모 희망가 기준 시가총액은 15조7천억원∼18조5천억원이다.
이는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4대 금융지주 중 하나금융지주(약 13조원)와 우리금융지주(약 8조원)를 여유 있게 웃도는 규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반도체 관세 압박에 직면한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TSMC가 1000억달러(약 145조원) 규모 미국 현지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하자 한국 반도체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과점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투자 압력을 받을 수 있어서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라 약속받은 7조원 규모 미국 정부 보조금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에 대해 “보조금은 미국 정부가 계약을 이행하도록, 약속을 바꾸지 않도록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며 “보조금 계약에 대해선 기업들이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했고, 당장 지급되지 않더라도 유예 등으로 끌고 나갈 방법도 있다”고 강조했다.정부의 이런 설명과 달리 반도체업계에선 TSMC의 추가 투자 발표 후 한국 기업이 바이든 정부가 약속한 반도체 보조금을 제대로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도 3일(현지시간) TSMC 투자에 대해 “보조금이 아니라 관세 정책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보조금 대신 무역 관세를 통해 미국 제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트럼프 정부는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정책을 바꾸기 위한 사전 작업도 진행 중이다. 외신은 러트닉 장관이 이미 지급된 자금을 정부가 다시 회수할 법적 권한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기획재정부와 산업부 등에 따르면 한국 반도체업체는 미국 현지 추가 투자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 장관도
미국 1, 2위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인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이 같은 미국 기업인 인텔의 최신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정 평가를 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4일 보도했다. 통상적으로 공정 평가는 본계약을 앞두고 하는 사전 작업으로 해석된다. 반도체업계에선 경영난에 빠진 인텔을 돕기 위해 미국 팹리스들이 ‘일감 몰아주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이 테스트하는 공정은 인텔의 최신 1.8㎚(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이다. 인텔이 2021년 파운드리사업 재진출을 선언하며 야심 차게 밀어붙인 공정이다. 파운드리업계 1, 2위인 TSMC와 삼성전자가 올해 양산 목표로 세운 2나노 공정보다 앞선 기술이다. 로이터는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이 인텔에 수억달러 규모 위탁 생산을 맡기는 데 한 발짝 더 다가갔다는 의미”라며 “계약이 성사되면 인텔은 단순한 매출 확대를 넘어 대형 고객사의 검증을 받았다는 ‘보증수표’를 갖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중앙처리장치(CPU) 절대강자인 인텔은 2000년대 중반 들어 정보기술(IT) 기기의 중심이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면서 위상이 꺾였다. 2021년 ‘반도체 왕국’ 재건을 목표로 파운드리사업 재진출을 선언했지만 이렇다 할 고객을 확보하지 못한 탓에 작년에만 192억달러(약 28조원) 순손실을 냈다.업계에선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이 인텔에 새로운 기회를 안겨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엔비디아와 브로드컴뿐 아니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 빅테크도 트럼프 정부 기조에 발맞춰 자국 기업인 인텔에 일감을 줄 가능성
“미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혁신 금융’이 앞바퀴,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바른 경영’이 뒷바퀴 역할을 해야 한국 금융업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최근 <대한민국 금융의 길을 묻다>(사진)라는 책을 펴낸 윤종원 전 기업은행장은 4일 금융업 발전의 핵심 요소에 관해 묻자 이같이 답했다. 윤 전 행장은 “금융업은 국가 경제의 혈맥”이라며 “금융사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혁신 금융’과 ‘바른 경영’을 두루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윤 전 행장은 행정고시 27회로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대통령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역임했다. 2023년 1월까지 제26대 기업은행장을 지낸 뒤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윤 전 행장은 “경제관료로 금융의 거시적 역할을 고민하고 국책은행장으로 현장의 최전선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금융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하기 위해 책을 썼다”고 말했다.윤 전 행장이 이 책을 통해 지적한 한국 금융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혁신성 부족’이다. 그는 “금융사들이 서로 비슷한 업무만 취급하고 고객 확대 경쟁에 치중하는 등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며 “단순히 이자 장사로 수익성을 극대화하라고 국가가 금융 라이선스를 부여한 게 아니다”고 꼬집었다.‘혁신 금융’을 위해선 단기적으로 수익을 기대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 기업을 지켜봐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그는 “중국 희귀종인 ‘모소대나무’는 처음 4년 동안은 거의 자라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