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속행 공판서 "2차 가해" vs "방어권 보장" 날 선 공방
재판부, 신체 감정하되 피해자들에 특징 묻지 않기로 결정
아동 상습추행 목사 "변형될 수 없는 신체적 특징 있다" 주장
교회와 지역아동센터에 다닌 아동들을 상습적으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70대 목사에 대한 신체 검증을 두고 '2차 가해'를 주장한 검찰·피해자 측과 '방어권 보장'을 주장한 피고인 측의 공방이 '신체 감정 기록 편철'로 결론이 났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박재우 부장판사)는 14일 A(70)씨의 청소년성보호법상 청소년 강간 등 혐의 사건 항소심 네 번째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서도 앞선 두 차례 공판과 마찬가지로 A씨 측이 요청한 신체 검증을 두고 변호인과 검찰·피해자 변호사 간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검찰은 "불필요한 절차이며 2차 가해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강조한 반면 변호인은 다른 사건에서 신체 검증을 통해 무죄를 밝혀냈던 사례를 들어 "절차가 생략되는 건 방어권이 상실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2차 가해는 1차 가해가 있었을 때 성립하는 것"이라며 피해 주장의 신빙성을 가려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으나 피해자 변호사는 "피해 진술로만 1심에서 유죄가 나온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피해자들의 진술과 피고인의 전과 등을 비교해 결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검찰은 A씨의 신체적 특징이 13년 전과 지금 같다고 보기 어렵고, 유사 범행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던 사건에서 A씨가 1심에서 자백했다가 번복한 뒤 변명으로 일관한 태도와 이 사건에서의 태도가 일맥상통함을 지적했다.

발언 기회를 얻은 A씨는 "변형될 수 있는 특징이 있고, 변형될 수 없는 특징이 있다"며 자신은 변형될 수 없는 신체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아동 상습추행 목사 "변형될 수 없는 신체적 특징 있다" 주장
재판부는 신체 검증을 고집하는 피고인 측과 피고인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한 물음에 대답할 의사가 없다는 피해자 측 의사를 재확인하고는 신체 검증이 아닌 '신체 감정' 기록을 사건 기록에 편철하기로 했다.

법관이 직접 신체적 특징을 살피는 신체 검증을 하지 않는 대신 외부 기관에 신체 감정을 의뢰해 감정 결과를 사건 기록에 포함하면, '이런 특징이 있음에도 피해자들이 답변을 거부한다'는 피고인 측 주장도 평가할 수 있고, 피해자 측에도 신체적 특징을 말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피고인 측에서 피해자 사생활 보호 등을 이유로 요구한 비공개 재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2008년 여름 B(당시 17세)양을 사무실로 불러 유사성행위를 하고, 비슷한 시기 B양의 동생 C(당시 14세)양을 상대로도 가슴을 만지거나 사무실로 불러 끌어안은 뒤 입을 맞추는 등 상습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2019년 피해자들의 고소로 법정에 선 A씨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추행 경위와 방법, 범행 장소의 구조, 범행 전후 피고인의 언행, 범행 당시 느낀 감정 등을 일관되게 진술한 점 등을 근거로 유죄라고 판단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판결에 불복한 A씨는 항소했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 기각에 불복한 검찰도 항소했다.

이날 공판에 앞서 기독교반성폭력센터와 강원여성연대 등은 춘천지법 앞에서 "피해자가 안전하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A 목사를 엄중하게 단죄하고 강력하게 처벌해달라"고 촉구했다.

650여 명의 서명을 받은 엄벌 탄원서도 재판부에 제출했다.

다음 공판은 8월 18일 열린다.

아동 상습추행 목사 "변형될 수 없는 신체적 특징 있다" 주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