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사회적 기업 등에 대한 지원 근거를 담은 사회적경제기본법을 9월 정기국회 전에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정부·여당의 과속 입법으로 ‘무늬만 사회적 경제’인 업체가 대거 양산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14일 국회에서 사회적경제 입법추진단 회의를 열고 입법 계획을 논의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사회적경제 관련 법안은 이미 7년이란 오랜 기간 숙성된 법안들”이라며 “21대 국회도 열린 지 1년이 지난 만큼 더 이상 지체시킬 이유가 없다”며 추진 의사를 밝혔다. 김영배 사회적경제 입법추진단장은 “올 정기국회(9월) 전에 반드시 법안들을 처리해서 새 국면을 열어갈 것”이라고 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까지 총 5건의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이 발의됐다. 민주당에선 윤 원내대표와 강병원·김영배·양경숙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윤 원내대표와 김영배·양경숙 의원 법안엔 ‘모든 국민은 윤리적인 생산과 소비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법조계에선 모든 국민을 상대로 윤리적 소비를 의무화하는 조항이 헌법상 소비자 주권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공공기관 총 구매의 10%를 사회적 경제 조직에서 충당하도록 한 법안 내용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지난달 열린 공청회에서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0%면 총 5조7000억원 가까이 지출해야 하는데, 사회적 경제 조직이 이 정도 규모의 생산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중앙부처의 사회적 경제 기업 제품 구매 비율은 총 0.9%, 공공기관은 총 2.6%에 그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사회적 경제 관련 종사자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대부분 영세한 수준인 데다 진출 분야도 한정돼 있어 법안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관측도 있다.

사회적 경제 관련 법안은 지난 19~20대 국회에서 수십여 건 발의됐지만 이런 부작용과 부처 간 이견 등으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14년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의 유승민 의원이 처음으로 법안을 제출했지만, 상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사회주의 경제법’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입법 동력이 떨어졌다. 21대 국회에선 여당 지도부의 추진 의지가 강한 데다 민주당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어 입법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