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에도 이중섭에도 담겼다…분청사기와 고려청자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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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한국미술 어제와 오늘'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한국美 뿌리담은 문화재·미술품 함께 전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한국美 뿌리담은 문화재·미술품 함께 전시

1967년 미국 뉴욕에서 김환기는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4년 전 홍익대 미대 학장 자리를 내던지고 새로운 도전을 찾아 이주해온 그였지만 현지 평론가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그림이 팔리지 않자 생활고가 찾아왔다. 캔버스를 살 돈이 없어 신문지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악전고투 끝에 그가 도달한 곳은 자신의 내면. 김환기는 내면에 비친 우주의 질서를 점을 찍어 표현하기 시작했다.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그의 전면점화(全面點畵) 연작은 이렇게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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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서는 이처럼 문화재와 근·현대 미술 대표작들을 비교하며 한국적 아름다움의 뿌리를 찾을 수 있다. 국보와 보물 등 문화재 35점, 근현대 미술품 130여 점, 자료 80여 점을 통해서다.
근대 이후 국내 작가들은 밀려오는 서양 미술의 파도 속에서 ‘세계에서도 통할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헤맸다. 의식했든 하지 않았든 이들은 조상들이 추구했던 아름다움에 뿌리를 두고 걸작을 탄생시켰다. 예컨대 박수근의 ‘새’는 고구려 고분벽화에 그려진 주작을 모티브로 한 그림이다. 그의 그림 특유의 거친 질감 역시 고구려 벽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생광의 ‘창’에는 신라시대 기와인 ‘녹유귀면와’의 이미지가 그대로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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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 나온 작품들은 따로 떼어놓고 감상해도 아름답지만, 관련 미술사 등을 미리 공부하고 가거나 오디오가이드를 들으면서 보면 더욱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전통미술과 근현대미술을 아우르는 연구자 44명이 쓴 650페이지 분량의 도록도 내용이 충실하다. 전시는 10월 10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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