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구내식당 이용에 음료도 포장
저녁시간 식당가 썰렁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첫날…"상황 심해지면 도시락 챙길 것"
"코로나19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점심때 외식을 안 하고, 직접 도시락을 챙길 생각입니다."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 첫날인 12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의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이모(48)씨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하자 이날 구내식당을 이용했다.

이씨는 "지난주까지 병원밖에서 지인들과 점심을 해결했는데,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코로나19 우려로 오늘부터 구내식당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주부터 집에서 도시락을 싸 와 사무실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직원도 있다"면서 "코로나19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나도 직접 도시락을 싸 올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최근까지 직원이나 손님들과 점심을 한 뒤 커피숍에서 음료를 시켜 얘기를 나눴는데, 오늘은 대부분 직원이 음료 등을 포장(테이크아웃)해 사무실로 바로 들고 올라왔다"며 지난주와 달라진 모습을 전했다.

이 병원의 또 다른 직원 윤모(56)씨는 "거리두기 강화로 이번 주 약속된 점심 3건을 모두 취소했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심상치 않아 잡힌 약속을 모두 취소했고, 취소된 약속은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다시 잡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첫날…"상황 심해지면 도시락 챙길 것"
이날부터 수도권의 식당·카페 등 주요 다중이용시설 운영 시간이 밤 10시로 제한되고 오후 6시 이후에는 '3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가 적용되면서 해당 업소들이 받은 타격은 더 커졌다.

일산동구의 대표적인 번화가인 백석동 주변의 음식점과 카페들은 이날 점심시간부터 썰렁한 모습을 보였다.

점심에는 4인 모임이 가능함에도 거리는 텅 비다시피 했다.

백석동 일대에서 이용 시민들의 모습은 오후 6시가 다가오면서 더욱 줄어들었다.

이날 오후 6시가 넘어서 백석동 한 유명 삼겹살집에서 만난 이 모(56) 대표는 "낮에 간신히 손님 한 팀(3명)을 받았는데, 오늘 오후 예약전화가 한 통도 없었다"고 한탄했다.

그는 "지난주까지 저녁에 평균 4∼5팀의 손님을 받았지만, 지난 주말 3팀이 전부였다"며 "상황이 이러면 가게 운영에 드는 비용도 뽑질 못해 이번 4단계는 도저히 버틸 자신이 없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저녁 장사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대부분인데, 하루 이틀 상황을 더 본 뒤 낮 장사만 해야 할지 영업을 접어야 할지 고민하겠다"며 "1년 반 동안 이어진 코로나19 상황으로 상인들은 더는 버틸 자신이 없다"면서 담배만 연신 입에 물었다.

백석동 일대의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와 규모가 적은 카페에도 사람들이 자리한 테이블보다 빈 테이블이 더 많았다.

노트북을 펼쳐놓고 업무를 보거나 책을 읽는 젊은 '카공족'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백석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43)씨는 "오늘 거리두기 격상 첫날이라 그런지 점심시간에 10명의 손님이 찾았는데, 3∼4명만 매장에 앉아 음료를 드시고 10분 만에 자리를 떠났다"면서 "나머지는 테이크아웃 손님들이었다.

당분간 매장에서 음료를 시켜 드시는 손님들은 거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마두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박모(51)씨는 "코로나19로 1년여 동안 장사를 제대로 못 해 빚에 허덕이고 있다"면서 "거리두기 4단계 격상은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업을 포기하라는 것과 같다"고 씁쓸해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