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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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정부 출범이 301일 앞으로 다가왔다. 현재까지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대부분이다. 이런 추세는 차기 대통령 선거 때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한경닷컴이 13일 과거 네차례의 대통령 선거를 분석한 결과, 차기 정부 출범 300일을 남긴 시점에 여론조사 1위를 한 후보가 실제 당선자가 된 경우는 전체 4번 중 3번이었다. 유일하게 1위가 대통령이 되지 않은 경우는 지난 대선 당시 반기문 전 유엔총장이었다. 과거 사례를 볼 때 현재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서 있는 윤 전 총장의 실제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맞지만, 반 전 총장의 뒤를 이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는 유력주자들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지지율 판도에 변화를 줄만큼 영향력이 크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또 임기 말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현 정부의 부동산·코로나19 등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가 차기 대권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차기 대권 지지율 1위가 대통령된 경우 압도적
…예외는 반기문

역대 16대부터 19대 대통령 중 임기 300일 전 대권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달렸던 인물은 문재인 대통령을 제외하고 총 3명(노무현·이명박·박근혜)으로 파악됐다. 지난 20여년 간 75%의 확률로 새 정부 출범 300일 전 1위 후보가 대통령이 된 셈이다.

과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하기 300일 전 3번의 여론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은 모두 이회창 후보를 10~23%포인트 차이로 제치고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명박 정부 출범 300일 전 발표된 7개의 여론조사에서도 이명박 전 대통령은 모두 우위를 점한 바 있다. 당시 내내 2위였던 박근혜 후보와의 격차는 최소 12%포인트, 최대 22%포인트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권을 잡기 300일 전 여론조사 3개에서 당시 2위였던 안철수 후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최소 13%포인트, 최대 21%포인트 차이였다.

유일하게 300일 전 1위 대권주자가 대통령이 되지 않은 것은 19대 대선 때다. 당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4개 여론조사에서 모두 문재인 당시 민주당 전 대표를 앞섰다. 1·2위 격차는 2.6%포인트에서 11%포인트였다. 반 전 총장은 보수 진영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갑자기 거론되다 탄핵 정국, 각종 의혹 제기 후 지지율이 추락한 후 불출마 선언을 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대체로 우세한 모습이다.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실시된 차기 대권 선호도 조사 73%(11개 중 8개)가 윤 전 총장의 우세를 점찍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위를 기록한 여론조사는 3개에 그쳤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모두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한번 대세가 형성되면 기류를 깨기가 쉽지 않다"며 "최근 유력주자들에 대해 각종 논란이 일고 있지만 순위 변화를 가져올 만큼은 아직 아니다"고 평가했다. 윤 전 총장의 '처가 리스크', 이 지사의 '반(反) 이재명 연대' 등 논란에 두 후보의 지지율이 다소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순위 변동은 없었다.

한번 형성된 판 깨기 어렵지만…

다만 차기 대선 주자에 대한 여론조사는 과거 여론조사와는 몇가지 차이가 있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과거에 대통령을 점찍은 여론조사들은 예외없이 한 후보만을 1위로 가르켰다는 점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이 앞선다는 조사가 8개, 이 지사가 앞선다는 조사가 3개로 혼재한 것과는 다르다.

또한 과거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한 후 실제 대통령이 된 인물들은 모두 압도적 1위였다. 역대 대통령들은 최소 10%포인트, 많게는 20%포인트 넘는 격차로 2위를 따돌려왔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반 전 총장 보다 줄곧 열세이긴 했으나 당시 내내 3위를 기록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는 줄곧 10%포인트 안팎의 격차를 기록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최근 선두를 다투는 윤 전 총장과 이 지사의 격차는 오차범위 내 경쟁이 가장 많다. 두 후보간 3%포인트 이내 격차를 나타낸 여론조사는 6개, 6%포인트대는 2개, 7%포인트대 2개, 9.9%포인트 격차는 1개로 집계됐다. 이에 아직 어느 후보가 안정적인 1위를 담보할 수 없는 형국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文의 부동산·코로나19 대처도 관건

임기 말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차기 대선 판도와도 연동되어 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임기 말 행보도 중요해지고 있다. 남은 임기 동안 변수는 부동산을 비롯한 민생과 코로나19 사태다. 지난 1년 간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악 평가가 견인해왔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35주째 부정 평가 요인 1위는 '부동산 정책'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9주 연속으로 2위는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이 지적되고 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더 불안정해지고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되면서 여론의 불만이 더 커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향후 문재인 정부가 이러한 악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尹 지지율 관건은 입당"

또 하나의 변수는 윤 전 총장의 입당 여부다. 과거 반 전 총장의 사례로 미루어봤을 때, 입당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소속 대통령은 전례가 없는데다, 정치적 기반 없이 대통령이 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미 각종 리스크 및 지지율 관리 측면에서 윤 전 총장의 입당은 늦은 편"이라면서 "미국에서 25년 간 무소속이었던 버니 샌더스가 민주당에 가입한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