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으로 도착한 두툼한 접종 안내 서류를 열어보니 총 6매의 서류가 들어있다. 한국의 사정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라디오를 통해 들은 백신 접종 절차는 스마트폰을 통해 누구나 알기 쉽게 절차를 밟는 것 같았지만 이곳은 일단 서류부터 골치 아프다.
서류의 종류는 총 6매로 아래와 같다.
1. 신형 코로나 접종에 대한 안내
2. 백신 접종권 스티커
3. 백신 접종 예진표 2매(1차 용, 2차 용)
4. 예방접종 설명서 2매(화이자 용 1매, 모더나 용1매)
백신 접종은 크게 3가지 방법으로 첫 번째는 구청 등에서 운영하는 집단 접종 예약으로 자신과 가까운 장소를 선택할 수 있는데 각 구별로 다르지만 20곳 전후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홈페이지를 통해 접종 가능한 곳은 '0'이다.
두 번째는 구 지정 협력 의료기관에서 개별적으로 예약을 진행하는데 병원에서 하루 접종 가능한 환자는 6~20명 내외다. 병원마다 차이는 있지만 병원을 처음 찾는 초진 환자는 안되는 경우도 있고 일부를 제외하곤 직접 방문이나 전화로 확인해야 하며 접수를 중단한 곳도 있다.
특히 일부 병원의 경우 예비 진료를 의사 면담으로 진행하고 진료비를 청구하는 곳이 있어 후생노동성 홈페이지에서는 “예진비 부과는 인정하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세 번째는 방위성 자위대에서 운영하는 대규모 센터 예약 방법인데 웹사이트나 LINE을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거주 지역과 관계가 없이 도쿄센터와 오사카 센터를 운영 중이다. 지난 금요일 오후 6시부터 2차 접수를 실시했는데 개시 1~2분도 안 돼 마감이 끝나버려 접종 예약에 실패했다. 언론에서는 지난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백신을 확보했다고 크게 보도했지만 실제는 수급이 안 되고 있다. 도쿄 올림픽을 앞둔 현 시점에서 접종 대상 통보를 받은 상태지만 원활한 접종이 이뤄지지 않고있다.
백신 부족은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아날로그적인 접종 시스템은 이해하기 어렵다. 학교 가정통신문을 종이로 전달하고 이메일 주소가 없는 부모들도 많은 일본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행정일지 몰라도 '코로나 팬데믹' 이후 디지털 사회로의 적응 속도가 국가의 위기 대응능력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됐다. 백신 접종을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 소비한 시간도 5~6시간 되는 것 같다. 개인들의 이런 불필요한 시간 낭비는 결국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다.
이국에서 접하는 한국의 여러 이슈와 뉴스는 언제나 시끄럽지만 오히려 건전한 비판 여론을 통해 국가기관을 긴장시키고 함께 참여하며 제안하는 국민성이 디지털 시민혁명을 이끌고 있는 원천인 것 같다.
<한경닷컴 The Lifeist> Cona KIM / JAPAN NOW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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