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대유행에 절망"…이직 나선 '코로나 휴직'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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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으로 일상 기대했지만…"심리적 마지노선 무너져"
"그동안 너무 힘들었지만 '백신 맞으면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버텼어요.
마지막 희망이 사라지고 나니 더는 못 버티겠네요.
"
경기도 김포에 사는 직장인 정모(28)씨는 최근 고용보험 홈페이지를 확인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회사를 그만두면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 등 복지제도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국내 항공사 승무원인 그는 출산을 앞둔 지난해 6월부터 1년 넘게 육아휴직 중이다.
몸조리를 마치고 지난달 회사 인사팀 직원을 만나 복직 가능 시기를 물었지만 확답을 듣지 못했다.
정씨는 11일 "다음 달부터 출근이 가능한지 물었더니 '요새 회사가 매우 어렵다'고 하더라"며 "'아이는 엄마가 계속 옆에 있어야 한다'는 등 퇴직을 권유하는 듯한 말만 듣고 돌아왔다"고 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 전체가 위기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지만, 백신이라는 '믿는 구석'도 있었다.
온 국민이 백신을 맞고 일상이 회복되면 업계 사정도 다시 나아져 복직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였다.
공항 이용객이 회복세를 보인다는 뉴스에 커졌던 정씨의 기대감은 최근 코로나 4차 대유행 소식에 실망으로 바뀌었다.
연일 최고기록을 경신하는 신규 확진자 수를 본 그는 '복직'이 아닌 '이직'을 고민하기로 했다.
정씨는 "백신도 소용이 없었는데 이제 뭘 더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헛된 희망을 품고 버티기보다 빨리 다른 일 찾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멀티플렉스 회사에 다니는 박모(30)씨는 최근 공기업 이직을 준비하려고 국가 직무능력 표준시험 인터넷 강의와 문제집을 주문했다.
그의 월급은 지난해 7월부터 절반으로 줄었다.
회사에서 경영난을 이유로 '주 2.5일 근무제'를 시행했기 때문. 박씨는 "사실상 직원 절반이 무급휴직 상태였던 셈"이라고 했다.
박씨가 1년간 반 토막 난 월급으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백신이 들어오면 나아진다'는 희망이다.
지난 6월 얀센 백신을 맞은 그는 개봉을 미뤄왔던 해외 블록버스터들이 하나둘 극장에 걸리는 모습에 '팬데믹이 드디어 끝나는구나'라는 기대를 품었다고 한다.
백신을 뚫고 시작된 4차 대유행은 박씨에게 '희망 고문'이다.
그는 "나아질 듯하다가 계속 악화하는 코로나 상황에 이제 더는 견디기 힘들어졌다"며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진 느낌"이라고 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끝날 것이라는 정부의 '허세'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중소 영화제작사에 다니다 최근 퇴사 후 카메라 제조업체로 이직한 홍모(28)씨는 "코로나19를 완전히 종식하겠다는 정부 입장에 회의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러스가 끊임없이 변이하는 상황에서 '백신만 맞으면 모두 해결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이 모두를 괴롭게 한다"며 "차라리 싱가포르처럼 코로나19와 동거를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마지막 희망이 사라지고 나니 더는 못 버티겠네요.
"
경기도 김포에 사는 직장인 정모(28)씨는 최근 고용보험 홈페이지를 확인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회사를 그만두면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 등 복지제도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국내 항공사 승무원인 그는 출산을 앞둔 지난해 6월부터 1년 넘게 육아휴직 중이다.
몸조리를 마치고 지난달 회사 인사팀 직원을 만나 복직 가능 시기를 물었지만 확답을 듣지 못했다.
정씨는 11일 "다음 달부터 출근이 가능한지 물었더니 '요새 회사가 매우 어렵다'고 하더라"며 "'아이는 엄마가 계속 옆에 있어야 한다'는 등 퇴직을 권유하는 듯한 말만 듣고 돌아왔다"고 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 전체가 위기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지만, 백신이라는 '믿는 구석'도 있었다.
온 국민이 백신을 맞고 일상이 회복되면 업계 사정도 다시 나아져 복직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였다.
공항 이용객이 회복세를 보인다는 뉴스에 커졌던 정씨의 기대감은 최근 코로나 4차 대유행 소식에 실망으로 바뀌었다.
연일 최고기록을 경신하는 신규 확진자 수를 본 그는 '복직'이 아닌 '이직'을 고민하기로 했다.
정씨는 "백신도 소용이 없었는데 이제 뭘 더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헛된 희망을 품고 버티기보다 빨리 다른 일 찾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월급은 지난해 7월부터 절반으로 줄었다.
회사에서 경영난을 이유로 '주 2.5일 근무제'를 시행했기 때문. 박씨는 "사실상 직원 절반이 무급휴직 상태였던 셈"이라고 했다.
박씨가 1년간 반 토막 난 월급으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백신이 들어오면 나아진다'는 희망이다.
지난 6월 얀센 백신을 맞은 그는 개봉을 미뤄왔던 해외 블록버스터들이 하나둘 극장에 걸리는 모습에 '팬데믹이 드디어 끝나는구나'라는 기대를 품었다고 한다.
백신을 뚫고 시작된 4차 대유행은 박씨에게 '희망 고문'이다.
그는 "나아질 듯하다가 계속 악화하는 코로나 상황에 이제 더는 견디기 힘들어졌다"며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진 느낌"이라고 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끝날 것이라는 정부의 '허세'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중소 영화제작사에 다니다 최근 퇴사 후 카메라 제조업체로 이직한 홍모(28)씨는 "코로나19를 완전히 종식하겠다는 정부 입장에 회의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러스가 끊임없이 변이하는 상황에서 '백신만 맞으면 모두 해결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이 모두를 괴롭게 한다"며 "차라리 싱가포르처럼 코로나19와 동거를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