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회복 둔화 우려에 국내 확진자 급증 소식까지 더해져
전문가들 "곧 안정될 것" vs "당분간 국내외 환율 상승 압력"

은행팀 =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도 치솟았다.

아울러 '경기 정점' 논란을 비롯한 세계 경제 정상화, 회복세에 대한 의구심도 안전자산인 달러 강세, 상대적 위험자산인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결국 향후 원/달러 환율 흐름은 국내외 코로나19 델타 변이바이러스 확산 속도, 코로나19 확진자 수 추이, 이에 따른 경제 충격 정도 등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4차 대유행에 1,150원까지 치솟은 환율…세계 경기 불안도 영향
◇ '한국 사상최대 확진자' 뉴스가 원화 약세 불러…글로벌 안전자산 선호 심리도 커져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보다 4.1원 오른 달러당 1,149.1원에 마감됐다.

이는 올해 들어 최고 기록일 뿐 아니라, 작년 10월 16일(1,147.4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올해 들어 줄곧 1천110∼1천130원대를 오르내리며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보였지만, 이번 주 들어 갑자기 10원 이상 뛰어 이날 장중 한때 1,150원까지 이르렀다.

이처럼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른 것은 무엇보다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이다.

문정희 국민은행 연구원은 "특히 오늘(9일)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발표됐고 향후 추가 조치가 나올 수도 있는데, 그만큼 한국 경제활동 위축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며 "외국인들이 오늘 주식, 채권 모두 매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선 국내 코로나 확산세 자체가 원화 기피 요인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외환시장 관계자도 "국내 델타 변이바이러스 확산이 부각되고 이번 주 들어 확진자가 1천 명이 넘어가면서 환율 상승 폭이 커진 것"이라며 "해외 뉴스에서도 한국의 사상 최대 확진자 소식이 많이 다뤄지는데, 외국인 투자자들 눈에 한국의 경제 상황도 크게 나빠진 것으로 비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불안이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델타 변이바이러스 확산 탓에 세계 경제의 정상화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불안감도 달러 매수세의 요인"이라며 "아울러 중국 금융당국이 최근 지급준비율(기준율) 인하를 예고했는데,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정도가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최근 미국 채권 금리가 많이 떨어지고 달러 강세가 유지되는데, 여기에는 세계 경기 회복세가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 등이 나오면서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라며 "델타 변이바이러스에 따른 세계 경제 충격에 대한 걱정도 외환 시장 분위기를 바꿔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 "향후 국내 확진자 숫자가 관건"…단기 고점 1,160 전망도
이런 달러 강세-원화 약세 흐름이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오름세가 이어진다고 보지 않는다.

지난 2차, 3차 코로나 유행 당시 주식시장을 봐도 곧 진정되고 반등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우리나라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현재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괜찮은 만큼, 원화 가치 자체의 펀더멘털도 나쁘지 않다"고 조만간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도 "델타 변이바이러스 때문에 백신이 무력화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상승은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며 "주말 지나면서 (급등세가) 가라앉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문정희 국민은행 연구원은 "국내 코로나 상황을 봤을 때 당분간 환율이 다시 내려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외에서도 미국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그렇게 좋지는 않을 상태인만큼 국내외에서 원/달러 환율 상방 압력이 더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향후 환율 수준에 대해서는 "우리(국민은행)가 원래 3분기 환율이 좀 오를 것으로 봤고, 1,155원까지 생각했는데 지금 1,150원인만큼 추가로 1,155원을 넘어설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향후 다시 델타변이바이러스 확산 때문에 시장이 또 위축된다면 환율 상단, 고점은 일단 1,160원 정도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결국 앞으로 원/달러 환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인은 국내 확진자 숫자"라며 "4차 대유행이 시작된 뒤 확진자 증가세가 얼마나 빨리 잡힐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