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예술인들 반발하자 뒤늦게 사과문…"공연·예술에 대한 시대착오적 발상"
"버스킹 기회 준다?"…부산 비콘그라운드 예술인 재능착취 논란
= 부산시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에서 '참가비는 무료'라며 버스킹 공연팀을 모집해 논란이 일고 있다.

청년 예술인들은 공짜로 공연팀을 모집하는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며 반발했고 비콘그라운드 측은 사과문을 게시했다.

5일 부산시도시재생지원센터 등에 따르면 비콘그라운드는 최근 홈페이지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등지에 7월 24일부터 열리는 'Play with B-CON' 행사에 버스킹 공연 참가 신청서를 받았다.

버스킹 공연은 1팀당 30분 내외로 총 3팀을 모집한다는 내용인데 개인 음향 장비 등을 필수로 지참해야 하며 신청자 중 선발을 거쳐 통보하겠다고 공지했다.

논란은 비콘그라운드가 참가자를 모집하며 '참가비는 무료'라고 공지하면서 시작됐다.

청년들과 예술인들은 공연료를 주고 공연팀을 모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참가비는 무료'라는 다소 당당한 공지에 즉각 반발했다.

청년들은 비콘그라운드 공식 SNS 계정에 '말도 안 되는 공연모집이다', '거의 자원봉사 수준이다', '버스킹 공연을 돈도 안 주고 시키면서 경력을 본다고?' 등을 게시하며 비콘 그라운드 측을 비판했다.

정승민 부산 민예총 청년위원회 운영위원장은 "예술도 하나의 노동인데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 그런 부분을 인정하지 않고 무료로 이용하겠다는 행태는 공연예술인들에 대한 공공기관의 시각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공연을 준비하고 연습하는 기간을 무시한 채 무료 공연에 장소를 제공하며 참가비 무료라는 명분을 제시하는 건 공연예술 생태계 전반을 무너뜨리는 행위이자 지속가능한 예술을 이야기하는 현시대에 맞지 않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코로나19로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지내고 있는 청년 예술인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는 행태"라고 말했다.

"버스킹 기회 준다?"…부산 비콘그라운드 예술인 재능착취 논란
지자체가 버스킹 공연을 무료로 추진해 논란이 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초 송파구청은 석촌호수에서 버스킹 팀을 모집하며 별도 출연료가 없고 기부·팁박스도 불가하다는 공지를 해 논란이 되자 뒤늦게 출연료를 책정했다.

비콘그라운드는 부산시가 부산시도시재생지원센터에 위탁해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부산 도심을 가로지르는 수영고가도로 하부 유휴공간을 부산을 상징하는 컨테이너로 꾸며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다.

논란이 되자 비콘그라운드 운영팀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과문을 올리고 먼저 'Play with B-CON'행사 버스킹 공연팀 모집과 관련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버스킹 공연 모집 취지는 버스킹 공간이 자유롭게 사용 가능함을 홍보하고 코로나로 인해 많은 버스킹 공간의 운영이 중단된 상황에서 자유로운 활동의 장소를 제공해 드리고자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금회 행사의 버스킹 공연은 이 시간부터 공고를 종료하였으며 고민을 통해 더 나은 방법으로 다시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