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서부와 캐나다 서부를 달구고 있는 치명적 열파는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사실상 불가능한 현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프린스턴대학 기후학자 가브리엘 베치 교수를 비롯해 27명의 과학자가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기후변화가 극단적인 열파가 발생할 가능성을 적어도 150배 이상 늘려놓았다는 계산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팀은 실제 극단적 폭염은 이런 계산 값보다 훨씬 더 많아질 수도 있다고 했다.
기후변화를 연구해온 '세계기상귀인(歸因)'(WWA)이 발빠르게 진행해 내놓은 이번 논문은 아직 동료평가를 거치지는 않았으며, 나중에 동료평가를 거쳐 과학 저널에 정식 출간될 예정이다.
연구팀은 산업화 이전에 이 지역의 6월 말 기온(화씨)이 세 자릿수로 치솟는 일은 인류 문명사에서 없었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온난화 국면에서도 1천년에 한 번 일어날 일이라고 지적하고, 그러나 앞으로 기온이 섭씨 0.8도 더 오르면 극단적 폭염이 5~10년마다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탄소 배출이 현재 속도로 계속된다면 0.8도 추가 상승은 40~50년 내에 이뤄질 것으로 제시됐다.
베치 교수는 이런 극단적 폭염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것에서 상대적으로 흔한 것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면서 "이는 엄청난 변화"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또 미국 북서부와 캐나다 지역에서 폭염 중 약 2도(섭씨)는 기후변화 탓에 더 오른 것이라고 밝혔다.
논문 공동 저자인 워싱턴대학 보건 및 지구환경센터의 크리스티 에비 교수는 작은 온도 차이가 인간의 건강에 큰 차이를 만든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기후변화가 인류를 죽이고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고 했다.
그는 "열파가 미국인의 기상 관련 사망률 1위"라면서 이번 폭염의 영향에 따른 희생자를 집계하는데 앞으로 수개월이 더 걸리겠지만 수백에서 수천 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극단적 기상에서 기후변화의 역할을 분석하기 위해 면밀히 관측한 기상 자료를 21개 컴퓨터 모델에 입력해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가 없을 때를 상정한 실험 결과와 비교했다.
두 시나리오 간 차이가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이 유발한 기후변화인 셈이다.
논문 책임저자인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기후학자 프리데리케 오토 박사는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이런 기상은 펼쳐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논문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폭염 한복판에 있었던 캐나다 빅토리아대학의 기후학자 앤드루 위버는 "온화한 기후로 정평이 난 빅토리아는 지난주 데스밸리처럼 느껴졌다"면서 "더운 곳을 많이 다녀봤지만, 지난주가 경험한 것 중에서는 최악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