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1위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금까지 행보에서 상반되는 리더십을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행정가인 이 지사는 강력한 추진력을 무기로 ‘카리스마 리더십’을 어필하고 있는 반면, 검찰 출신 윤 전 총장은 전문가를 두루 만나는 ‘경청 리더십’을 보인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강력한 추진력”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1위인 이 지사의 캠프 슬로건은 ‘대한민국 대전환, 이재명은 합니다’다.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거친 이 지사의 실행력을 강조한 슬로건이라는 평이다.

이 지사는 지난 1일 대선 출마선언문에서 “사람이 만든 문제는 사람의 힘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며 “강력한 추진력이 있어야 개혁정책이 성공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4일 민주당 경선 예비후보 TV 토론회에서도 이 지사는 ‘카리스마 리더십’ 면모를 드러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 지사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의 재원 마련 방안과 관련, “국가 재정이 558조원인데 조세 감면분과 세출 조정 등으로 50조원 만들 수 있다고 하는 얘기는 그야말로 무협지 수준의 이야기”라고 지적하자, 이 지사는 “나는 할 수 있다”고 되받아쳤다.
이 지사는 정부가 최근 하위 80%에게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도 ‘해결사’를 자처하고 있다. 이 지사는 6일 SNS에 “차라리 전 국민에게 차별 없이 20만원을 지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같은 여권에서도 이 지사의 강력한 카리스마 리더십을 두고 ‘무자비’, ‘독재’라는 평가도 서슴지 않고 나온다. 이 지사가 주요 정책으로 내세운 ‘계곡 정비 사업’에 대해 ‘정책 표절’이라고 맞선 조광한 남양주 시장(민주당 소속)은 이날 “특별사법경찰을 동원해서 강압적인 방법을 택한 경기도를 보면 가슴이 먹먹함을 지울 수 없다”며 “법이 그렇다며 무자비하게 밀어붙이는 행정은 인간미 없는 공권력 집행이자 독재자적 발상이라 생각한다”고 저격했다.

이재명 캠프 내에서는 ‘나는 가능하다’라는 이 지사의 화법이 ‘비호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전문가와 적극 만남

윤 전 총장은 대선 도전 전후로 전문가를 잇달아 만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원전 전문가인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은 “현 정부에서 상식에 반하는 각종 정책이 왜 나오느냐, 전문가가 부족해서냐”며 “편향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공직자로 발탁해 써서 (그렇다)”라고 말했다.

주 교수는 “탈원전이 원자력에 대한 여러 가지 사실에 대한 오인으로부터 시작됐다”며 “한국에 적합한 그런 저비용 청정에너지원으로서 원자력이 전력과 수소 같은 에너지원 생산하는 데 유효한 수단으로 활용되기를 바라고 그 점을 윤 전 총장에게 노력해주길 부탁드렸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대선 출마 전인 지난 5월에는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를 찾아 반도체 전문가인 정덕균 석좌교수를 만났다. 미·중 반도체 전쟁이 격화된 상황에서 보인 행보다. 정 교수는 윤 전 총장에게 “반도체 연구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만성적인 인력난을 해결해야 결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라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총장은 외교통상부 2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와도 전화 통화로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의견을 묻는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 출신인 윤 전 총장은 경제·안보 등에서 확정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가와의 소통은 이를 보완하고 극복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 지사가 “전문가 몇 명이면 그럴듯한 공약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며 사실상 ‘전문가 무용론’을 내세운 것과는 차별화된 모습이다.

다만 윤 전 총장의 ‘경청 리더십’이 국민에게 호소력이 있을지는 야권 내부에서도 전망이 엇갈린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해결능력을 가진 최고경영자(CEO)형 리더십을 가진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선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과 대비된 윤 전 총장의 경청하는 모습이 국민에게 설득력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조미현/고은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