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처럼 세대 간 ‘부의 이전’ 촉진이 가져올 긍정적 경제 효과에 주목했다. 상속·증여세 면제한도를 꾸준히 높인 이유다. 미국의 개인 상속·증여세 면제한도는 2010년 100만달러, 2015년 500만달러, 올해 1170만달러(약 133억원)로 꾸준히 높아졌다. 증여세 비과세한도가 2014년 이후 ‘10년간 5000만원’(성인 자녀)에 묶여 있는 한국과 대조적이다. 한국도 노인 세대에서 자녀 세대로 상속·증여가 늘고 있지만,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과중한 세(稅)부담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세대 간 부의 이전은 국가경제 활력이란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국보다 고령화 문제를 앞서 겪고 있는 일본에서는 1990년대에 이미 ‘노노(老老)상속’이란 말이 생겼다. 90세 넘게 산 부모가 60세 넘은 자녀에게 상속하는 경우를 말한다. 자산이 젊은 사람들에게 이전되지 않고 고령층에 ‘고이면서’ 소비와 투자가 감소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일본은 이에 손자에게 교육이나 주택취득, 결혼·출산 자금 등을 증여할 땐 별도의 비과세 혜택을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한국은 증여·상속에 대해 ‘부의 대물림’이란 부정적 시각이 유독 강하다. 부모가 평생 일군 기업을 자녀에게 원활히 물려주지 못하고 해외에 매각하거나 폐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도 이런 인식이 바탕에 깔린 가업승계 관련 정책들 때문이다.
열심히 일해 모은 자산을 자손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다. 한국도 사회구조상 점점 고령층에 자산이 쌓이게 돼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 부가 늘어났는데 7년째 제자리인 상속·증여세 공제한도는 현실적으로 손봐야 한다. 미국처럼 부의 이전이 늘면, 창업과 소비가 증가하고 경기가 활성화된다. 집 한 채 마련하기 힘들어 결혼을 미루고, 결혼해도 생활비 부담에 아이 낳기를 꺼리는 젊은 세대엔 현실적인 저출산 대책이기도 하다. 정부 역할은 부의 이전을 세금으로 막는 것이 아니라, 부모로부터 부를 물려받지 못한 이들도 노력하면 기회를 얻고 ‘부의 사다리’를 탈 수 있는 정책을 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