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함된 심의위, 작품 보완 요구…이달 재심의 예정
예산 12억원을 들여 인천 개항장에 백범 김구 선생 탐방로를 조성하는 사업이 공공조형물 심의에서 제동이 걸렸다.

5일 인천시 중구에 따르면 구 공공조형물 심의위원회는 최근 청년 김구의 길 탐방로 조성 사업을 심의한 뒤 재검토 결정을 내렸다.

전문가 6명과 주민 대표 2명 등으로 꾸려진 심의위는 이 사업에 포함된 공공조형물 12개를 검토한 결과 부분적인 작품 보완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심의 참석 위원 10명 중 7명이 재검토 의견을, 3명이 조건부 가결 의견을 냈다.

심의 대상에는 김구 선생과 그의 어머니인 곽낙원 여사 동상, 노역 체험 공간, 김구 선생의 수감과 탈옥을 표현한 벽화 등이 포함됐다.

한 심의위원은 "디자인의 예술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지역에 계속 남아있을 조형물이고 향후 보존·관리에 들어갈 비용을 생각하면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심의위원도 "작품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의견들이 나와 이른 시일 내에 디자인을 보완해 위원회를 다시 열기로 했다"며 "퀄리티가 좋지 않은 조형물을 세우면 관리 비용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아예 없느니만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심의는 구가 무분별한 공공조형물 조성을 막기 위해 지난해 '공공조형물 관리 조례'를 제정한 뒤 처음 열린 것이다.

인천시와 다른 4개 구도 이 조례를 운영하고 있다.

인천에서는 송도국제교 입구에 15억9천여만원을 들여 설치된 대형 LED 조형물이 8년간 방치되다가 철거돼 혈세 낭비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소래포구에 지어진 새우타워는 사업 추진 당시 일부 주민들로부터 '의견 수렴 없는 일방적 결정'이라며 반발을 사기도 했다.

구는 애초 다음 달까지 김구 탐방로를 준공할 예정이었으나 공공조형물 심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준공 시기도 다소 미뤄지게 됐다.

중구 관계자는 "심의위에서 지적된 사항들을 반영해 디자인을 보완하고 있다"며 "재심의는 이달 중순께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김구 선생이 청년 시절 인천 감리서에 투옥됐을 당시 남긴 족적을 토대로 탐방로를 조성하는 내용이다.

김구 선생의 탈옥길, 그가 인천항 축항 공사에 동원돼 매일 걸었던 노역길, 어머니인 곽낙원 여사의 옥바라지길이 코스에 포함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