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이버보안당국이 최근 미국 증시에 상장한 차량 호출업체 디디추싱(디디 글로벌) 앱을 제거하라고 앱스토어 업체들에 지시했다. 당국은 디디추싱 앱이 불법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4일 중국 국가인터넷정보사무실(CAC)이 디디추싱에 대한 안보 조사 개시를 선언한 지 이틀 만에 이 같은 제재 조치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CAC는 지난 2일 데이터 보안 위험에 대비하고 국가안보 및 공공이익을 지키기 위해 디디추싱에 대한 네트워크 보안 조사를 한다고 발표했다. 당국은 위험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조사 기간에 디디추싱의 신규 이용자 모집을 중단시켰다.

디디추싱은 당국 발표 직후 “조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관련 기관의 감독과 지도하에 네트워크 보안 위험을 전면 조사하고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 사용자와 도로 데이터는 모두 중국 서버에 보관하며, 데이터를 미국에 넘기는 것은 일말의 가능성도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 뉴욕증시 상장 전후 온라인에서 제기된 데이터 유출 소문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디디추싱의 이 같은 방침에도 중국 정부가 앱 삭제를 지시하며 강한 압박에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디디추싱이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보다 더 심각한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디디추싱은 중국과 15개 해외시장에서 서비스 중이며 수많은 고객의 실시간 이동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자율주행 기술과 교통 분석 등에 활용하고 있다. 중국당국은 최근 대형 플랫폼기업에 대해 정보 수집·취급·저장 과정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규제를 강화해왔다.

지난 5월에는 시장감독관리총국 등 8개 정부 기구가 합동으로 디디추싱, 음식 배달업체 메이퇀뎬핑, 트럭 공유업체 만방 등 10곳의 이동 서비스 기업을 소환해 정보 독점 문제를 시정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디디추싱은 고객 예치금을 기반으로 하는 소액대출업을 자제하라는 금융당국의 지침도 받았다.

디디추싱은 지난달 30일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디디추싱 주가는 1일 15% 넘게 올랐다가 조사 소식이 알려진 2일에는 5.3% 하락한 15.53달러로 장을 마쳤다. 디디추싱은 공모가를 14달러로 책정해 기업공개(IPO)로 약 44억달러(약 5조원)를 조달했다.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IPO 규모로는 2014년 250억달러를 조달한 알리바바 이후 최대였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