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집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
대구 동성로에 있는 대구백화점 본점 3층 쉼터에 앉아 매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60대 주부가 말을 건넸다.

아내와 함께 온 70대 노신사는 "마지막 날이라 일부러 와봤다.
옷도 사고 백화점도 둘러보고 있는데 아주 섭섭하다"고 했다.
휴점을 하루 앞둔 30일 대구백화점 본점에는 성지 순례하듯 추억의 장소를 찾아온 시민들 아쉬움이 가득했다.
텅 빈 진열대를 바라보던 아동복 가게 여사장은 "어제부터 너무 눈물이 난다"며 붉어진 눈시울을 자꾸 훔쳤다.
그는 "이곳에서 26년간 장사를 했다.
하루 매출이 100만원이 넘었던 적도 있었고 여기서 번 돈으로 아이들 다 키우고 집도 샀다"고 했다.
상품을 다 정리하고도 아쉬움이 남아 매장을 다시 찾은 그는 "대형 백화점들이 대구에 진출하면서 대구백화점이 어려워졌다.
30대에 대백에서 장사를 시작해 이제 60세다.
추억이 너무 많은데 백화점이 문을 닫으니 이제는 장사를 접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지하층부터 11층까지 곳곳에 텅 빈 매장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영업 중인 매장에는 '90% 세일', '1만원'이라고 커다랗게 적은 가격표가 가득했다.
40대 신발·의류 편집숍 사장은 "2년 정도 장사했는데 제 의지와 상관없이 백화점이 없어져서 떠나는 거라 아무 느낌이 없다"며 "떠날 때가 돼서 떠난다"고 덤덤히 말했다.
그는 쉬다가 가을부터 장소를 알아보고 장사를 다시 할 계획이라고 했다.

1969년 12월 26일 문을 연 뒤 동성로 상권 중심이자 만남의 장소로 시민 사랑을 받았다.
대구백화점은 2002년 본점·프라자점 합산 매출이 2천9백억원을 기록한 이후 실적이 급감해 지난해 175억원 영업손실을 봤다.
본점의 경우 계속 운영하면 연간 수십억원 적자가 예상돼 7월 1일부터 잠정 휴점하게 됐다.
회사 측은 현재 추가 자본투자를 통한 재개점이나 아웃렛 운영·완전 임대 등 업종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는 '대구백화점' 상호를 내릴 수도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내에 놀러 오면 당연히 와야 할 곳이었어요"
본점 앞에서는 이날 저마다 추억을 떠올리며 마지막이 될지 모를 모습을 담으려는 사람들 발걸음이 온종일 이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