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미세조류→디메틸황→대기 중 구름응결핵 모식도. 극지연구소
북극 미세조류→디메틸황→대기 중 구름응결핵 모식도. 극지연구소
‘지구는 급변하는 기후변화를 늦추는 자정작용을 한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극지연구소는 지구온난화로 늘어난 북극의 미세조류가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고 30일 밝혔다. 구름 생성에 기여해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에너지를 차단하는 것이다.
박기태 극지연구소 연구팀과 포항공과대, 스웨덴 스톡홀름대, 이탈리아 피렌체대학, 노르웨이 극지연구소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북극 미세조류가 내뿜은 디메틸황(DMS)이라는 가스 상태의 황 성분이 구름입자 조성 과정을 최초로 확인했다.
미세조류는 하천이나 바다에 살며 광합성을 하는 단세포 식물이다. 우리가 마시는 산소의 50%는 미세조류가 생산한다. DMS는 극지 바다에서 주로 만들어진다. 지구온난화로 북극 바다 얼음이 녹고 미세조류가 늘면서 DMS 방출량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연구팀은 2010~2019년 북위 79도 해발고도 470m에 위치한 노르웨이 니알슨 과학기지촌의 제플린 지구대기감시 관측소에서 공기 중 DMS의 농도 변화를 관측하고, 구름입자의 형성 과정을 단계별로 분석했다. DMS는 산화반응을 거치고 나노미터 크기의 입자가 된 뒤 주변의 수증기나 다른 대기물질들을 잡아당겨 구름을 이루는 구름 응결핵으로 성장했다.
지구온난화로 늘어난 극지방 DMS가 지구온난화를 늦출 것이라는 가설은 35년 전 등장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직접 증거가 없었다. 연구팀은 자체 제작한 장비로 DMS 변화를 정밀 관측해 북극 미세조류가 만들어낸 DMS가 구름입자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극지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연구결과는 지구 스스로 급변하는 기후변화를 늦추는 자정작용을 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니알슨 관측소 이외에도 아이슬란드의 스토르호푀이 거점,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DMS를 관측해 미세조류의 온난화 조절작용 연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박기태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기후변화가 불러올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 극지방의 해양, 대기, 빙권에서 일어나는 생지화학 반응의 원인과 결과를 찾아내는 데 연구를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