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해외 도피' 문흥식에게 청탁한 업체만 입찰 지명
조합 영향력 행사했나?…"먹이사슬 구조도 종합 수사"
'붕괴참사' 철거 복마전, 경찰 수사로 맞춰지는 퍼즐조각
대형 참사로 귀결된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 철거 공사 '복마전'의 퍼즐 조각이 경찰 수사를 통해 맞춰지고 있다.

29일 철거건물 붕괴참사 직접적인 원인과 배경 전반을 수사 중인 광주경찰청 수사본부에 따르면 경찰은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이 지명 경쟁 입찰로 일반건축물철거 하도급을 준 흐름을 파악했다.

지명 경쟁 입찰이란 발주처로부터 지명받은 업체만이 낙찰 희망 가격을 제안할 수 있는 도급계약 방식이다.

경찰은 현대산업개발이 공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16개 업체 가운데 2개 업체를 지명한 것으로 확인했다.

현대산업개발이 지명한 2개 업체는 공교롭게도 참사 직후 미국으로 도피성 출국을 한 문흥식 전 5·18구속부상자회장에게 청탁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 다원이앤씨와 한솔기업이다.

경찰은 문 전 회장이 다원이앤씨, 한솔기업으로부터 각각 금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두 업체 가운데 학동 4구역 일반건축물철거 공사는 최저가를 써낸 한솔기업이 따냈다.

경찰은 문 전 회장에게 나란히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는 다원이앤씨와 한솔기업이 입찰 결과와 달리 이면계약을 맺어 철거 공사를 함께 진행한 것으로 파악 중이다.

'붕괴참사' 철거 복마전, 경찰 수사로 맞춰지는 퍼즐조각
전국구 철거업체인 다원이앤씨, 그보다 영향력이 미미한 한솔기업 간 이익 분배 구조는 7대 3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미국으로 떠난 문 전 회장은 철거 복마전과 함께 재개발사업 조합이 계약 과정에서 영향을 행사했는지 의혹의 문을 열어줄 '키맨'이기도 하다.

문 전 회장은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 주체 가운데 시공사나 현장업체보다는 조합과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드러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학동 4구역 조합이 현 조합장을 선출한 2018년 10월 선거 당시 재개발 업무대행업체 고문 자격으로 투표를 참관했다.

선거관리위원회 도장이 없는 투표용지 문제로 마찰이 빚어졌던 투표장에서 문 전 회장이 대동한 청년들은 강제로 투표함을 개봉했고 현 조합장이 당선됐다.

경찰은 조합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지의 일반건축물철거 공사 계약 과정에서 문 전 회장 등 제삼자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진상을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먹이사슬 구조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